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11월 1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강남에서 마케팅 일을 하고 있다는 관계자가 직접출연하여 충격적인 제보를 했다.
2015년 한불수교 100주년을 앞두고 대통령을 모델로 한 홍보제안을 받았다는 것.
대통령이 가방, 화장품, 옷을 직접 들게 해줄 수 있다는 제안.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상대국 정상들과 악수를 할 때 두 손에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아야 하는 관례를 깨고 항상 가방을 들고 다녔다. 단순히 가방사랑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모두 PPL 이었다 것.
10시에 출근하고 일찍 퇴근한다고 너무 뭐라고 하지 못하겠다. 대통령 머리 속에서는 '나는 대통령직과 피팅 모델까지 투잡을 하고 있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모델이다 보니 피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주 [그것이 알고 싶다]는 대통령이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알고보니 그것도 모두 모델로서 자기 관리의 일환, 업무의 한 부분이었다.
정말 이해가 힘든 지점이다. 저것들은 기업에서 수십억을 뜯어내고, 문화체육계를 비롯해서 국방에서도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데 대통령을 피팅모델까지 시켰어야 했을까?
차은택의 광고회사가 KT 광고 절반을 끌어 온 것은 대통령 박근혜가 아닌 피팅모델 박근혜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주변 사람들이 제보자를 말렸다고 한다. 왜 피해가 두렵지 않았겠나. 그런데 얼마 전 김재천 베트남 영사의 실명 제보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단다. 박근혜와 그 일당들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문제구나' 싶으면서도 김재천 영사와 김 영사의 행동을 보고 피해를 감수할 각오로 진실을 알리려는 이런 제보자들을 볼 때 '그래도 인간이 희망이다'라는 생각을 안할 수 없다.
권력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지금의 대한민국. 4.19가 가능했던 것은 이승만과 그 부역자들의 타락한 독재가 있었기 때문이고, 87년 6월 항쟁은 박정희로 시작된 군사정권의 암흑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박근혜와 최순실 일당의 패역때문에 우리 시민사회가 더욱 성숙해 질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대가가 너무 크다.
영웅이 많은 시대. 사실 너무 슬픈시대다.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등장하기 보다 권력자들이 정치를 잘해서 임진왜란이 일어나지 않고 백성들이 가족들과 오손도손 잘사는게 좋았겠다.
일제시대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영웅적인 독립운동가들이 나오지 못했을 지라도 차라리 일제가 감히 한반도를 넘보지 못하고, 우리 백성들이 즐겁게 살았으면 좋았을 거다.
우리 교과서에 김주열 열사가 등장하지 않고, 우리가 한국 근대사의 자랑스러운 4.19 혁명을 포기하더라도 차라리 대한미국의 기초를 제대로 쌓지 못한 이승만의 13년 무능한 독재가 없었으면 좋았을 테다.
제보자에 의하면 외국인들에게 최순실 일가를 팔고 다닌 사람들이 그네들을 '한국의 로얄패밀리'로 소개했단다.
최근 한 달동안 내가 접한 최순실 관련 이야기 중에서 제일 역겨운 이야기다. 얼마나 대한민국을 우습게 여겼으면 지까짓 것들이 스스로를 대한민국의 로얄이라고 생각한 걸까.
이번 기회에 교계를 포함해서 수많은 김재천 영사들이 나오면 좋겠다. 그래서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당당하고 자신있어 하는 그들을 무릅꿇게 하고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자. 대통령이 제일 불쌍하다는 김삼환 같은 목사들, 그 대통령을 비판하고 하야를 촉구하며 진정한 나라사랑의 실천으로 촛불을 든 시민들을 향해 '좀비 총궐기'라고 지껄인 장신대의 김철홍 같은 사람들. 이런 인간들 먼저 끄집에 내야 기독교계 이 더러고 패역한 정권에 많은 부분 부역해 온 것에 대한 청산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더많은 영웅적인 내부고발자들이 나와야 겠다. 내부고발자야 말로 더 나은 대한민국에서 보석같이 여겨져야 할 사람들이다. 지금 그려지고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내부고발자들을 존경하고 대우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작성일 : 16-11-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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