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진짜 역사 공부를 학교에서 안시키나 보네요.
과거에는 방송에서라도 역사드라마를 하고(틀린부분도 있었지만, 큰 줄기를 틀리지 않았죠),
위인전이나 역사관련 책을 읽히는 것이 교육의 한 일환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그것도 사라졌네요.
먼저 말씀드리자면,
일부에서 민족이라는 개념은 20세기에 만들어진 허구의 개념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그것은 민족이라는 '명칭'-정확하게 말하면 영어로 'nation'이라는 명칭이 20세기 또는 19세기에 출현했을 뿐이지, 중국, 한국, 일본은 물론이고, 태국, 미얀마,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같은 동남아 국가는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이미 민족에 대한 개념은 존재했습니다. 그 명칭만 달랐을 뿐입니다.
그리고 20세기에 만들어졌다는 'nation'이라는 것도 민족을 지칭한다기 보다는 '민족국가'를 지칭하는 것이고, 이것은 20세기 초에 유럽에서 일어났던 민족국가 설립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얘기입니다.
또한, 동시에 유럽의 열강들이 자신들의 식민지에서의 피지배 민족들의 반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퍼뜨리고 내세운 논리입니다.
즉, 제국주의 식민지 침략의 일환으로 고안되고 만들어지고, 확산시킨 논리입니다.
어쨌거나, 요약하자면 민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수천년 전부터 존재했고, 그것을 설명하는 단어가 서구사회에서는 20세기에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동양사회에서는 그 이전부터 존재했죠. 민족이라는 단어의 존재 자체가 그것을 입증합니다.
이제 구체적으로 제목에 제시한 신라와 고려, 조선의 개창의 역사를 말씀드려봅니다.
먼저 신라는 삼한통일-삼국 통일을 외치면서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키고, 또 침략 야욕을 가지고 들어온 당나라를 물리치면서 통일을
완수합니다. 대동강 이남이라는 한계-고구려 영토의 상당수와 백제 영토의 상당수를 잃어버렸다는 점+외세의 도움을 받은 통일이라는
점은 아쉽지만 분명히 신라는 같은 민족-동족이라는 의식이 존재했습니다.
점령-영통 확장이 아니라 "통일"이라는 말을 썼다는 점은 이 민족의식의 존재를 가장 강력하게 입증하는 증거입니다. "통일"이라는 의미는 원래 하나였던 것이 분리되었고, 그 분리된 상태를 하나로 묶는 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당시 고구려-백제-신라는 언어적으로 서로 거의 불편함 없이 상통했는데 당나라인가 수나라에서 이들 세 나라중 어느 한 나라의 사신이 중국어를 못하자 다른 나라의 사신으로 하여금 통역을 하도록 한 기록이 중국 역사서에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통일신라는 그 이전의 국가의 역사를 계승한다는 주장을 하지않더라도 이 통일이라는 말 자체로도 당연하게 신라 이전의 역대 국가들을 계승합니다.
고려의 개창과정을 보면, 통일 신라말에 다시 나라가 분열되어 후백제-신라-고려로 나뉘어진 것을 통일하고 있습니다. 고려의 태조 왕건은 백제를 계승했다는 후백제를 후백제의 왕이었던 견휜으로부터 양도받고 신라에 대한 권리도 당시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으로부터 양위를 받습니다.
그래서 고려의 후삼국 통일, 또는 재통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신라와 동일한 이유로 고려는 역대 국계를 계승합니다.
이제 조선으로 넘어가 봅시다.
다들 착각하시는게 있는데, 조선의 개국시조인 태조 이성계는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개창하지 않았습니다.
뭐, 실질적으로는 멸망시킨것이 되었지만, 형식적으로는 아주 합법적으로 고려를 왕씨로부터 양도 받았습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고려의 마지막 왕은 공양왕이 아니라 태조 이성계입니다.
이성계 등 고려말의 급진 신진 사대부 세력+무신 세력들은 우왕과 창왕을 폐위시키고, 왕족들 중에서 말을 잘 들을 것 같은 사람을 한명 뽑아서 왕으로 삼습니다. 그게 바로 공양왕입니다.
그렇게 한 후에는 이 공양왕을 협박하여 공양왕이 자신의 손으로 왕의 지위를 이성계에게 양도하도록(양위라고 하나요?) 합니다.
즉, 이성계는 이렇게 합법적으로(형식적으로는) 고려의 왕이 됩니다.
그런 다음에 나중에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국호를 고칩니다.
이처럼, 조선이라는 나라는 고려라는 나라를 아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계승한 국가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뉴라이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서 당선된 MB 정부 시절 7차교육과정의 부분개정이 여러차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개정의 핵심이 바로 국사관련 개정이었죠.
게다가 건국절 운운하면서 친일매국의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도 이루어졌구요.
그때 동원되고 이용된게 이승만과 박정희였었는데, 정작 이승만은 1948년을 건국이라고 보지않았고, 이승만 본인은 자신이 조선의 왕족인 양녕대군의 후손이라는 점을 자랑스러워했던 사람입니다.(아마도 조선왕조의 왕통을 이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죠) 그리고 이승만이 항상 하던 얘기가 우리 국민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었습니다.
그리고 박정희는 다카기 마사오 어쩌고 하고, 혈서 얘기도 있지만 독재에 활용하기 위한 것인지 어떤 목적에서였던지 간에 민족-민족주의를 강조했었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시절까지 공식적인 연도를 단기 몇년으로 쓰거나 또는 단기와 서력 기원을 같이 썼었습니다.
1970년대까지 나온 책들을 보면 대부분 단기 몇년 몇월로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뉴라이트들이 빨아대는 이승만은 물론이고, 과거 군부독재시절이라는 박정희 시절에도 민족-민족주의를 강조했고, 그 이전의 역사인 고조선~조선의 역사를 우리의 역사로 당연시했습니다.
독재하고, 자기 권력을 위해 친일파를 등용한 이승만이나 박정희 같은 인물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걸 자신들의 친일매국의 죄악을 덮기위해 뉴라이트 등 친일부역세력이 이용하는 것이죠.
이승만이나 박정희가 이걸 본다면 무덤에서도 튀어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참고로 이들 뉴라이트의 주축세력이 바로 대형교회라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