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news.naver.com/read.nhn?sid1=110&oid=023&aid=0003478261&mode=LSD
그렇게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며 적폐 청산에 열중해 온 정권이 그들이 '적폐'라고 낙인찍은 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거나 심지어 더 심한 잘못을 저지른 인사를 옹호하고 변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수의 국민은 배신감과 좌절감을 갖게 된 것이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이념이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문 대통령의 공정하지 않은 인식과 균형감을 잃은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 역시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던 말이다. 그 말과 달리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이득을 보고 입시를 치렀는데 '우리 편'이라는 이유로 감싸고 도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오게 된 것이다. 반(反)조국 집회를 그저 정파적인 것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어떤 형태로 이 사태가 끝이 나든 간에 문재인 정부는 이번 일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찍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면 이렇게까지 크게 불거질 것도 아닌 일을 두고 진영 논리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대통령이 고집을 부린 탓에 거의 두 달째 국정은 방황하고 있다. 여러 해 전 속수무책으로 가라앉는 여객선을 보며 '이게 나라냐'라고 비판했던 이들이 이제 나라를 이끌고 있다. 그때보다 나라는 좀 나아졌을까.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중심에 대통령이 서 있고, 선거에 눈이 어두운 정당들은 국민을 선동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양쪽으로 갈라진 분열의 정치가 거리에서 제도의 정치를 대신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 속에서 북한은 미사일을 쏴 대고 미국과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해 보인다. 일본과의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고 중국과의 관계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청년 일자리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을 닫고 위태로운 지경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어디서도 희망을 찾지 못하고 활력을 잃어가면서 우리 사회는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것 같다. 이건 나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