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의 구조 과정에 대해 감사원과 검찰에서 조사받던 해양경찰이 ‘최초의 사고 현장 보고’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21>이 감사원과 검찰에 해경이 각각 제출한 주파수공용무선통신(TRS) 녹취록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해경은 “승객이 배 안에 있다”는 교신 내용을 삭제하거나 교신자를 뒤바꿨으며, 이를 토대로 조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해경 수뇌부의 초동 대응 실패를 감추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조작 또는 거짓 진술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그 결과, 조작된 기록과 거짓 진술을 근거로 감사원은 해경 수뇌부에 솜방망이 징계를,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① 해경의 조작, 검찰의 묵인 또는 무능
<한겨레21>이 입수 분석한 TRS 교신 녹취록은 모두 4가지다. 이 가운데 2가지는 녹취록 원본 형태이고, 나머지 2가지는 요약본 형태다. 그런데 해경이 원본이라며 제출한 2개의 녹취록이 서로 내용이 다르고, 2개 요약본 역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원본과 요약본 모두 어느 한쪽이 조작된 셈이다.
교신 시간 뒤섞어 언뜻 알 수 없도록
“‘진짜 그때… 모르겠다’ 부분을 삭제해달라”
검찰 조사가 끝날 무렵 양 기장은 진술조서를 읽어보다가 ‘진짜 그때… 모르겠다’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의 실책이라고 거짓 고백하긴 싫었는지도 모른다.
검찰은 해경의 TRS 녹취록 조작과 거짓 진술을 몰랐을까. 여기 두 가지 힌트가 있다. 하나, 감사원은 해경 감사기록(문답서)을 검찰에 제출했다. 둘, 511호기 기장과 부기장을 조사한 검사는 동일인이다. 묵인하거나 무능하거나, 답은 둘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② 해경 수뇌부 비켜간 검찰의 칼끝
구조 활동을 현장 지휘한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은 123정장과 다를 바 없는 업무상 과실을 저지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검찰은 123정장만 기소하고 김 서장에게는 면죄부를 줬다. 또 <한겨레21>이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세월호 참사 관련 공직자 징계 현황을 보면, 감사원이 김 서장의 해임을 권고했음에도 해경은 강등으로 징계 처분을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
③ 해경 수뇌부의 여론 전환 기획
해경 수뇌부는 ‘여론 조작’도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21>이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해경 대변인실은 4월23일, 수색 작업이 한창이던 해경 123정 승조원 이아무개 경사에게 언론 인터뷰를 지시했다. 이 경사는 4월16일 사고 당일 세월호에 진입해 구명벌을 터뜨리는 시도를 했다. 당시 123정이 배 위에 오르지 않고 배 주변을 돌면서 소극적으로 구조 활동을 벌인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시점이었다. 이 경사는 검찰 조사에서 “본청 대변인실에서 구명벌을 터뜨린 것으로 해경에 대한 지탄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지시한 것”이라고 해당 인터뷰 지시의 목적에 대해 말했다.
해경은 또 검경합동수사본부의 목포 상황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4월28일에는 국면 전환용으로 급히 123정장과 승조원들에게 기자회견을 하도록 지시했다. 김경일 정장은 이 기자회견에서 실제 퇴선 방송을 하지 않았지만 퇴선 방송을 했다고 거짓 인터뷰를 했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2시간 전부터 김경일 정장은 김문홍 목포해경서장과 6차례에 걸쳐 22분 동안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정장이 이날 인터뷰에서 “세월호 해역에 도착해 현장 도착과 동시에 단정을 내렸고 함내 방송장비를 이용해서 ‘승객 총원 퇴선하라’는, ‘바다로 뛰어내리라’는 방송을 수회 실시했다. 30분부터 35분까지 수차례 방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7월 국정조사에서 해경청장은 123정이 왜 퇴선 방송 명령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책임 추궁을 피할 수 있었다. 김 정장의 거짓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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