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특권 지키기 합작
정두언 체포안 부결 … 국회 쇄신 약속했던 이한구 등 새누리 원내지도부 총사퇴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여야는 1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무소속 박주선 의원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각각 표결에 부쳤으나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만 통과됐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진영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고 표결 직후 사퇴해 대선 정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원 271명이 참여한 이날 표결에서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찬성 74표, 반대 156표, 기권 31표, 무효 10표로 부결됐다. 반면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찬성 148표, 반대 93표, 기권 22표, 무효 8표였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수(새누리당 137명, 민주통합당 120명, 비교섭단체 24명. 표결 인원은 이보다 10명 적음)를 감안하면 정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시 새누리당·민주당 모두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반대·기권·무효표(197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여당은 무죄고 야당은 유죄냐. 국민 앞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떠들어 댄 새누리당이 작전을 짜고 국민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민주당 등 야당도 (동의안 부결에) 가세해 놓고 새누리당의 쇄신에 흠집을 내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곧이어 있을 예정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검찰 조사 또는 체포동의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참여했다는 분석이 있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6월 의원 연찬회에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국회 무노동·무임금, 의원연금제도 폐지 등 쇄신안을 발표했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당 소속 의원 세비 반납으로 ‘무노동·무임금’은 관철시켰으나 이날 불체포 특권 포기가 무산되면서 원내대표직을 불명예 제대하게 됐다. 그는 사퇴 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국회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박 의원과 달리 정 의원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체포 동의를 요구한 것이라 ‘동정론’이 작용했을 수 있지만 원내지도부가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표결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유투표 방침을 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표결에 따라 정 의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할 방침이다. 이 법원 조원경 공보판사는 “ 국회의 체포 동의가 없으면 회기 중 국회의원을 심문하거나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용태 “체포안 여러분께 올 수도” … 선거법 수사 받는 의원 대거 ‘방탄’ 동참한 듯
특권 포기 못한 국회 본회의에선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9일부터 “가결이 정상”이라며 분위기를 잡았다.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선 “동료 의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국민의 법 감정과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가치를 우선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호소는 먹히지 않았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정 의원과 같은 쇄신파로 분류되어온 김용태 의원(재선·서울 양천을)의 국회 본회의 자유발언이었다. 김 의원은 여야 의원들을 향해 “여러분 중 상당수가 현재 검찰의 선거법 위반 수사를 받고 있는데 앞으로도 회기 중 체포동의안을 보내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느냐”고 물었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선거법 위반으로 현역 의원 82명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의원 중 앞으로 구속영장 청구 사례가 많을 수 있으니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경고한 셈이다. 이런 ‘협박성 발언’이 위력을 발휘했을 거라는 게 국회 주변의 분석이다. 이 발언으로 야당 의원 60~70명 정도가 체포동의안 반대표에 동참했을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본회의 직후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선거사범 수사에서 의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걸 무방비로 당할 순 없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표결엔 국회의원 300명 중 271명만 참여했다. 본회의장에는 새누리당 의원 137명, 민주통합당 의원 120명, 통합진보당·선진통일당·무소속 의원 등이 24명(281명) 출석했다. 표결에 참여한 인원은 이보다 10명 적지만 새누리당 137명 전원이 투표했다 해도 ‘반란표’ 197표(반대표 156, 기권 31, 무효 10)에 미치지 못한다. 새누리당에서도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있을 게 분명하므로 민주당에서도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의원은 60~70명, 혹은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선거사범 수사 외에 박지원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것도 민주당 의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검찰 주변에선 체포동의안 3호가 박지원 원내대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그런 검찰과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는 기류다. 이날 최고위에선 ‘정치검찰공작수사 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이종걸, 천정배)도 설치했다. 이해찬 대표는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이런 정치공작은 제가 대표 하는 동안 분명히 단죄하겠다”고도 했다.
정 의원에 대한 동정여론도 있었던 듯하다. 정 의원은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얼마 전(지난달 22일) 제 모친상에 슬픔을 함께한 많은 분에게 늦었지만 감사하다. 상중에 이런 일을 겪느라 경황이 없었던 점을 이해해 달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저는 형님(이상득 전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을 촉구한 걸 비롯해 권력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그렇게 말해도 괜찮아? 뭔 일 당하는 거 아냐?’ 라는 물음도 받았지만 이런 모진 일을 당하고 보니 세상을 너무 몰랐다. 이번 사건은 눈엣가시인 저를 제거하려는 표적수사, 물타기 수사”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본회의 전 의총에선 “임시국회가 끝난 뒤인 8월 4일 자진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의원들에게 약속했다고 한다.
신율(정치외교) 명지대 교수는 “의원들 자신의 이해가 달린 경우 체포동의안이 와도 또 그렇게 부결시키겠다는 뜻인데 특권 포기를 내건 여야가 실제론 기득권 유지를 위해 똘똘 뭉친 셈”이라며 “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19대 국회도 방탄국회로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쇄신 왜치다가 배신하는 여당도 밉지만 그쇄신 조차 하지않은 야당이 더밉다 ... 결국 지네들 밥그릇 지키는 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