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지나가고 2020년이 왔다. 한국에 오니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지난해는 '남북함께시민연대'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내 딴에는 더 보람 있는 한 해였다. '남북함께'라는 명칭에 걸맞게 남북·해외 출신으로 1명씩 직원 3명을 두었다. 연령은 20·30·40대 1명씩이다.
단체를 만들고 나니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우리 아이들이 나더러 꼰대가 아니라 멘토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해 줬다. 나처럼 앞머리가 벗어지고 평소 잔소리가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 꼰대라는 말을 듣기 쉽다면서 자기들도 대학생활에서 꼰대 선배가 제일 싫다고 했다.
직원들이 내게 '북한식 꼰대'라고 했다 새해, 최소한 '완전한 꼰대'는 벗어나겠다
꼰대와 멘토의 차이를 물으니 꼰대는 자신의 기준과 세계관을 주입하려는 사람이며 멘토는 상대방 의견을 먼저 듣고 과거 대신 미래를 그려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집사람은 내가 주관이 너무 강한 게 단점이라면서 직원들 일에 너무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웬만하면 직원들 의견을 먼저 물어보고 그들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단체 종무식 때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직원들에게 나와 일하며 불편했던 점들을 편히 말해보라고 하니 '북한식 근무 문화'라고 했다. 매일 조회를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해 11시 30분에 끝내니 일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출근 시간이 오전 9시 30분인데 대표인 내가 9시 전에 나와 사무실을 청소하고 기다리니 불편하다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 직원은 회사 생활에서 헌신, 의리, 충성보다 공정, 자율, '워라밸'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들의 말을 듣고 보니 수십 년 동안 몸에 밴 북한 외무성 '직장문화'와 '성공 좌우명'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다. 외무성 하루 일과는 오전 9시 국 전체 성원이 모인 조회부터 시작된다. 이 자리에서 국장이 전날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를 전달하고 하루 사업 계획을 강조한다. 그다음 당 세포위원장이 외무성 당위원회에서 준 과업을 알려주고 언제까지 끝낼 수 있는지 당원 각자에게 다짐받는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라 대부분 30분이 지나면 졸거나 메모하는 척하면서 딴생각한다. 조회가 끝나면 각기 과 사무실로 흩어진다. 그때부턴 과장의 사업 조직과 훈계가 시작된다. 이렇게 국, 과 순서대로 조회가 끝나면 점심시간이다. 그러니 북한 사람들 사이엔 '북한은 회의가 많고 남한은 세금이 많다'는 우스개가 있다.
청소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나는 수십 년 동안 어머니가 물려준 성공 좌우명을 안고 살았다. 1988년 스물여섯 살 때 처음 출근하던 날 어머니는 성공하려면 남보다 10분 먼저 출근해 사무실을 청소하라고 하셨다. 평생 어머니의 당부를 지켰는데 이번 종무식을 계기로 당번제로 사무실 청소를 하기로 했다. 조회 시간도 30분을 넘기지 않기로 했다. 이 정도면 최소한 완전한 꼰대는 아니겠거니, 속으로 안도했다.
좌파들에게 까이면 까일수록 몸집이 커지고
당선가능성 up
거기에 총선은 남북전 프레임 정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