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캔디 고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서울 시민들께
저는 서울시민이 아니지만, 여러분들이 사는 서울시 교육의 미래에 대해 시급하고 중대한 우려를 표명하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캔디 고라고 합니다. 1991년부터 1998년까지 서울에 살 때 한국 이름은 고희경입니다. 저는 서울시 교육감 후보인 고승덕 박유아 부부의 두 자녀 가운데 맏이입니다.
최근에 고씨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갔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자녀로서 양심상 침묵하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서울시민들은 서울시 교육을 대표하고 책임지게 될 사람을 선택함에 있어 그에 대한 진실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고승덕 씨는 자녀 교육에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1987년 미국 메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 어머니와 고승덕 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1991년 남동생이 뉴저지에서 태어난 뒤 우리 가족은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제 기억에는 고 씨가 저와 남동생의 교육을 위해 함께 한 기억이 없습니다. 제가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머니가 뉴욕에 있는 학교에 보내기 위해 나와 남동생을 미국으로 데려갔을 때도 고씨는 한국에 있었고 우리 모두와 연락을 끊었습니다.
저는 겨우 11살 때 아버지가 없는 삶에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아버지의 날’은 저와 무관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제게 아버지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시느냐고 묻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저는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화와 인터넷이 있었음에도 고 씨는 저나 남동생의 안부를 묻기 위해 연락을 한 적이 없습니다. 생일날 축하 전화나 선물을 받는 것은 상상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는 자녀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는 나와 남동생의 교육에 재정적인 지원을 포함해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지요.
그럼에도 저는 대학에 진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공공서비스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가을에는 장학금을 받고 로스쿨에 진학할 계획입니다.
저는 생물학적 아버지의 지원이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저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두 남매를 혼자 힘으로 키운 어머니와 외할아버지가 계시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세상을 떠나시기 전까지 제게 심리적으로 아버지와 같은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미국에서 자라면서 저는 한국 언론을 통해 고씨가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공부하고 성공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하는 것을 봤습니다. 저는 또한 그가 학부모들에게 자녀를 최고로 키우는 법에 대해 말하는 것을 봤습니다.
2000년 초반에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화가 났습니다. 그가 자신의 자녀를 양육하기는커녕 완전히 내팽개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때 저는 아직 어렸습니다. 겨우 10대였고 미국에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많은 한국인로부터 성공한 사람으로, 이른바 똑똑한 사람으로 칭송 받는 것을 보면서도 저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목소리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저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에 관여할 자격은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고승덕 씨의 서울시 교육감 출마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입니다. 이제 제가 침묵하는 것은 서울 시민을 속이는 일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녀를 양육하지도 심지어 자녀들과 거의 대화조차 나누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가 서울시 교육감으로 자격이 없음을 서울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저의 책무입니다.
만약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시의 교육 정책을 펴는 자리라면 고승덕 씨는 그에 전혀 맞지 않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자신의 핏줄조차 가르치려 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 교육을 이끌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교육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교육은 서울 시민들이 살고 계시는 서울의 미래, 한국의 미래, 그리고 세계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들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는 딸인 저의 교육에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때 여러분이 사는 서울시의 시민이었던, 지금도 서울에 많은 친구들이 있는 사람으로서 저는 여러분들이 서울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셔서 서울시 교육감으로서 보다 훌륭한 사람을 선택하실 것을 믿습니다.
그 사람은 다름아닌 서울 교육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신의 자녀들부터 돌보는 사람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캔디 고
원본은 영문으로 작성하고 누가 한글로 번역해준거라지만 글 진짜 잘 쓰네요.
뭔가 울림이 느껴지는.. 특히 생물학적 아버지라 칭한 부분이 참 인상적입니다.
고승덕이 그저 정치를 하는거라면 이렇게 나서지는 않았을텐데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육감 자리라서 도저히 묵과할수가 없어서 나섰다고 하네요
자기 친부보다 교육에 대한 마인드가 더 확고한 듯.
고승덕이 어떻게 나올지 흥미진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