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995
보수언론은 늘 그랬듯이 검증되지 않았고 당사자의 반론도 없는 보도를 통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수 십 년간 일본 제국주의의 전시 성노예 범죄에 맞서 피해자와 헌신적으로 연대해 온 사람들은 순식간에 기금횡령범이자 거짓말쟁이로 둔갑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역사와 성과는 한순간에 누더기가 됐다. 그것도 피해자와 연대자의 오랜 인간적 관계를 파괴하고 이간질하는 가장 악랄한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곧 ‘그럴 줄 알았다’, ‘그 돈들은 조총련으로 갔을 것’, ‘파렴치한 위선자’, ‘기생충’, ‘간첩’, ‘빨갱이’ 등 온갖 막말 댓글들이 달렸다. 공격받는 당사자에게는 피눈물이 날 일일 것이다.
아마 다음 수순은 뭔가 수상쩍은 ‘시민단체’가 등장해서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자를 고발하고 그러면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에 나서고, 그러면 사람들은 더욱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진실은 아주 나중에 이미 모든 게 무너지고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 밝혀질 것이고, 공격과 의혹을 쏟아내던 언론은 그것을 귀퉁이에 작게 싣거나 무시할 것이다.
왜 그런 식으로만 보냐고? 이런 식으로 당하는 사람을 한 두 번 본 게 아닌지 않은가. 바로 얼마 전에도 유시민 씨를 상대로 이런 장난을 치려다가 들통난 사람들을 보지 않았는가. 그때 채널A 기자의 이야기는 ‘유시민이라는 사람은 적도 많아서, 거봐라 위선적인 인간이 많이 설쳤네 라며 온갖 욕을 먹을 거고 인생 종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개혁과 정의를 말하던 사람의 이중적 행태’가 아주 잘 먹히는 기사거리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나라의 보수언론과 기성언론들을 보면 마치 먹이감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같을 때가 많다. 누가 또 표적이 돼서 속보, 단독, 특종 경쟁 속에 실검에 오르고 영혼까지 탈탈 털리게 될지 걱정하게 된다. 물론 이런 일이 반복되고 이런 수법이 통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런 자극적인 기사들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혹하게 해서 단기간에 클릭수를 높이고 그것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더불어서 이 구조는 입장과 생각과 진영이 다른 사람에 대한 무의식적인 부정적 감정도 이용해서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사고 과정과 판단에는 이성만이 아니라 무의식과 감정도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와 입장, 생각, 진영이 다른 사람의 ‘숨겨진 약점과 흠결’이 드러나거나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면 방어하고 싶은 생각이 커지기가 어렵다.
당장 나부터도 비판적으로 보던 어떤 사람이나 단체가 만약 이런 식의 공격의 표적이 되기 시작한다면 선뜻 방어에 나서기보다 소극적이 되고 복잡한 심정이 들 것 같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설사 아무리 정의기억연대의 운동 방식과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 차이와 이견이 있었고, 유시민 씨에게 비판적이었고, 윤미향 씨의 출마를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또 민주당이나 시민당이 아니라 진보정당들이 정치적 대안세력이 돼야 한다고 보더라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자가 반일 감정을 조장하고 사사로운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지난 30년 동안 피해자들을 이용하고 ‘앵벌이’ 시켜 왔다고? 정기적 회계감사와 국세청 신고까지 해왔는데도 돈이 어디로 빼돌려진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소송 지원과 국제 연대와 역사에 대한 조사와 기록 등에 많은 돈이 쓰여질 수밖에 없는지 알면서도 피해자 지원으로 돈이 다 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거의 대부분 신뢰하거나 동의할 수 없다.
‘반미를 말하더니 딸을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는 유치한 비난에는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처럼 보수적 기성언론들이 검증되지 않고 당사자의 반론도 반영하지 않은 일방의 주장을 통해서 어떤 사람들의 인생과 노력을 하루아침에 쓰레기로 만드는 것을 지지할 수는 없다. 내가 그런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길 바란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