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관 2명 형사처벌 우려 등 들어 증언 거부..재판부 법률 검토 후 일정 다시 잡기로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경호원들을 불러 최순실씨(61)의 청와대 '보안손님' 출입 의혹을 캐물으려 했으나 경호원들은 "신념이라는 게 있다"며 입을 다물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7일 박 전 대통령의 공판에 청와대 이모 경호관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이 경호관은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지근거리에서 경호를 담당한 인물로, 지금도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 중이다.
이날 검찰은 이 경호관을 상대로 최씨가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의혹을 추궁하려 했다.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 등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 증언에 따르면 최씨는 평일이나 주말 구분없이 청와대에 들어와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과 회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검문검색이나 통제 절차 없이 경호라인을 무사 통과했다고 한다.
검찰이 증인신문을 시작하려 하자 이 경호관은 발언권을 요청하고 증언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제가 아직 공직에 있고 비밀누설이나 직무유기 등 나중에 문제될 사안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사유를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르면 본인이나 가족이 형사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을 경우 증인은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재판부는 비밀누설이 우려된다는 주장은 증언거부 사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정당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증언을 해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직무유기 혐의가 성립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증인의 염려에 대해 재판부가 검토해볼 필요가 있어보인다"며 이 경호관의 증인신문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뒤이어 출석한 다른 경호관도 증언을 거부했다, 해당 경호관은 "제가 대통령을 4년 동안 지근거리에서 경호하면서 알게 된 내용들을 공개된 곳에서 말씀드린다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된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는 또 "저뿐 아니라 어떤 경호관을 이 자리에 앉혀도 신념이라는 게 있다"며 "사소한 질문, 중요한 질문을 떠나 모든 경호활동에 대해 공개된 곳에서 다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검찰 조사에서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다. 결국 재판부는 추가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과 함께 이날 예정됐던 증인신문을 모두 미뤘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박 전 대통령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 등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경위 등을 신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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