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야당 시절 박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과 회동 땐 3명 배석“세밀하게 적어야 하나요. 한 자 한 자 따지자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끼리 얘기하시죠.”박근혜 대통령이 22일 ‘5인 회동’ 중 야당의 대변인 배석 요구를 거절하면서 한 말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댔지만, 결국 반대가 커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회동 초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야당이 듣는 국민의 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며 대변인이 배석하는 게 좋겠다고 요청했다.하지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거절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휴대폰으로 녹음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장엔 회동 당사자인 5명 외에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현기환 정무수석만 배석한 상태였다. 이 원내대표가 “그러면 현 수석이 녹음한 녹취록이라도 나중에 달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 역시 거절했다.대변인 배석 문제 기싸움은 전날부터 돌출했다. 문 대표는 회동 전 “정말 쪼잔한 청와대”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이 같은 청와대의 ‘고집’은 ‘방어용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청와대로선 박 대통령의 구체적 발언 등 너무 많은 내용이 야당 대변인 입을 통해 알려지는 게 불편했을 수 있다. 발언이 오해를 낳을 수도 있고, 야당 공격에 대한 방어 논리가 빈약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에선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영수회담 때와 비교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정책위의장·대변인 등 3명을 배석자로 앉혔다. 회동 이후엔 전여옥 대변인이 “경제에 올인해달라는 박 대표의 주문에 노 대통령이 약간 흥분하는 모습도 보였다”는 등 자세한 상황과 발언의 토씨 하나까지 전할 정도로 꼼꼼히 브리핑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입력 : 2015-10-22 23:14:38ㅣ수정 : 2015-10-22 23:2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