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급감하는 이유는 외부적인 요인이다.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 부진,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하락, 산유국의 선박 수요 감소등이다. 지난해 내내 우리 수출을 괴롭혔던 해외 여건이 새해들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품목별 수출동향을 보면 유가 급락으로 석유제품(-35.6%)과 석유화학(-18.8%)의 감소폭이 두드러졌고, 자동차(-21.5%), 일반기계(-15.2%), 철강(-19.9%), 반도체(-13.7%), 평판 디스플레이(-30.8%) 감소했다. 선박도 32.3% 급감했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가전 등 우리경제를 구성하는 5대 주력산업이 수출 부진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수출 단가는 세계경제 불황과 맞물려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각국의 공장 가동율이 떨어지면서 기름 수요가 급감하고, 원유가 급락이 각종 원자재 가격 하락을 선도하고 있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우리의 입장에서 득이 되지만, 중국에서 대량의 완성품을 밀어내므로 완제품 수출시장에서 더 큰 폭의 가격하락이 발생, 한국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칠 정도로 크다. 수출이 줄어들면 공장에서 물량을 생산하더라도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 채산성 악화는 고용시장에 나쁜 영향을 주고, 결국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진다.
수출부진으로 우리경제는 두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첫째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산업을 빨리 구조조정해서 새로운 업종으로 가는 길을 터줘야 한다. 둘째로 내수를 확대해야 한다.
‘배철수’라는 말이 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다. 수출부진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구조조정 단계에 들어간 선박, 철강, 해운(운수) 산업을 일컫는 말이다.
이 배철수 산업은 중국의 과잉생산의 영향이 크다. 한때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은 철강, 시멘트, 유화등의 분야에서 생산량이 국내수요를 넘어 서고, 남은 물량을 저가로 세계시장에 팔아제끼고 있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로 철강재의 국제 가격은 지난해 한햇동안에 40% 이상 떨어졌다. 중국의 연간 철강생산량은 전세계의 생산량 16억톤의 절반에 이른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이중 4억4,100만톤이 국내수요를 충당하고도 남은 물량이다. 올해 1억톤을 수출로 밀어낸다고 해도 3억톤 이상이 중국 내에 쌓여 있게 된다. 시멘트의 경우 중국에서 한해에 생산된 물량이 미국이 지난 20세기 100년동안 생산한 물량에 맞먹는다.
중국의 공장에서 쏟아낸 과잉생산의 흉물에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그 파장이 이웃나라인 우리 경제에 큰 너울로 덥쳐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사활은 주력산업에서 발생하는 좀비기업을 정리하고, 이들 회사로 하여금 업종 전환을 하도록 도와주는 길에 달려 있다. 좀비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생산성이 떨어지고, 정상적인 기업에의 투자와 고용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조선업, 해운, 철강, 석유, 정유, 건설 분야는 빠른 시일내에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회가 기업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법률, 즉 이른바 ‘원샷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지난달말에 여야 원내총무의 합의로 이 법의 통과를 약속했지만, 더불어민주당내 강경 여론으로 무산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야당내 재벌개혁론자들은 이 법이 재벌의 소유집중을 용이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재벌의 특혜를 줄만한 요소를 완충시켜 통과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구조조정 대상의 업종은 산업화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운영해온 중후장대(重厚張大) 산업이다. 그렇다고 대기업을 모두 죽도록 내버려 두자는 일부의 사고는 우리 경제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위험이 있다. 적절한 타협점을 모색해서라도 2월 임시국회에서 원샷법을 통과시켜야 우리 경제가 재기할 여건을 마련할수 있다.
나라망하기전에 정신차려라 정치인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