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객관성과 공정성 등 방송평가기준을 대폭 강화하며 방송사 길들이기에 나섰다. 야당과 방송업계는 물론 방통위 내 평가위원들도 반대하는 민감한 사안을 일부 여당측 위원끼리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이에따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통위가 방송사의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규제하기 위해 졸속으로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사무처에서 작성한 ‘방송평가에관한 규칙개정안’을 상정해 보고 받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심의 항목별 현행 주의 1점, 경고 2점 등의 제재 수위를 1.5배에서 2배로 상향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항목별로는 ‘막말·편파방송’ 항목은 현행 주의 1점, 경고 2점, 시정명령 8점, 과징금 10~15점에서 전체적으로 1.5배 상향된다. 막말에 따른 과징금은 최대 20점까지 벌점을 높이게 된다. 또 공정성·객관성·선거방송 심의위반에 대해서는 2배로 상향해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오보 방지 노력’ 항목을 신설해 언론중재위의 정정보도 6점, 법원의 정정보도와 명예훼손 판결 8점을 부과했다. 방송사들이 외부 정정보도 요청을 의식해 토론이나 뉴스보도에 위축될 수 밖에 없게 됐다. 또 ‘방송 편성 위반’ 항목은 현행 과태료 4점, 시정명령 8점, 과징금 10~15점에서 전체적으로 1.5배 강화된다.

최성준 위원장은 “개정안은 내년 1월 방송분부터 적용해 평가는 2017년 하반기 이뤄질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종편을 포함한 방송사는 방통위로부터 벌점이 누적되면 3년마다 받는 재승인 심사 때 불이익이 따른다. 1000점 만점에 650점 이상 받아야 조건부 재승인이나 재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야당측 의원들은 이날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모두 퇴장했다. 특히 개정안은 방통위 부위원장이 평가위원장으로 있는 방송평가위원 7명중 5명이 전면 반대하는 사안으로 절차상 하자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과거 방심위에서도 제재 강화를 추진했다가 논란 끝에 2010년말 폐기된 바 있다”며 “오늘 보고 안건은 상정하지 말고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방송평가는 재승인·재허가 과정에서 방송사의 생존문제”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자유를 위축할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반발에도 최성준 위원장은 곧 행정예고를 내고 12월 중 최종 의결을 시도할 계획이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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