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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선생의 유골, 머리뼈에 지름 6㎝ 크기로 나타난 원형 골절 부위. |
국회부의장을 지낸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64·부산 중구동구)이 고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와 관련해 “선생의 두개골이 신경외과 전문의인 내게 외치고 있는 듯하다... 타살이라고!”라고 트위터에 적어 파문이 일고 있다. 정 의원은 신경외과 전문의로 뇌혈관 수술의 권위자였던 1996년, 15대 국회에 입성해 내리 5선을 했다.
정 의원은 11일 자정께 트위터에 “돌베개 베고 천리길 돌아 상해임시정부 찾았던 일본군 탈출병 장준하 선생의 주검을 보면서 고인의 죽음을 슬퍼한다”며 “국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국민 한 사람도 억울한 죽음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의 발언은 고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과 관련해 답변을 회피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지난 8월17일 고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고 장준하 타살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가 현장의 목격자로 해서 조사가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나”라며 “기록들이 있는 것을 (저도)봤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박 후보가 말한 진상조사위원회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의미하고, 당시 위원회는 고 장준하 선생의 사망원인에 대해 ‘타살의혹이 있으나 결정적 증거가 없어 ‘진상규명 불가’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의문사위의 판정을 두고도 여러 논란이 있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8월21일 문화방송(MBC) 백분토론에 출연해 “장준하 선생의 두개골 문제는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서 철저하게 조사해 거의 다 진상이 밝혀진 문제고, 같이 등산했던 장 선생의 측근 김용환씨는 수차례 언론인터뷰와 의문사위 증언을 통해 거의 진상이 드러난 사안”이라며 “두개골 함몰된 구멍사진을 가지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진정한 과거사 논쟁의 의미를 훼손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토론을 벌였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뭘로 죽었는지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의문사위의)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정의화 의원은 독립운동가의 자손을 정부가 보살펴야 한다는 입장을 트위터에 적었다. 정 의원은 “한(恨)의 40년, 그 속의 독립투사들. 그 분의 자손들은 지금 잘 살고 계실까? 경제적으로!”라며 “저승에서 자손들을 보고있는 애국지사들의 영혼들은 편안할까? 은혜, 보은, 감사 이런 것을 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실제 장 선생의 큰아들인 장호권씨는 70~80년대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고, 두 독재정권에게 수차례 구타, 고문을 당한 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도피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장준하 선생의 타살 논란은 지난달 고인의 관을 이장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장준하 선생의 두개골에 직경 6cm의 함몰된 흔적이 발견됐고, 이를 확인한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사망 원인은 머리 손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