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과 귀족의 자녀들은 병역법과 왕실 규범에 따라 장교의 신분으로 군복무를 하게 돼 있다. 1·2차 세계대전에서 귀족이나 왕족의 자제들 가운데 많은 사상자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공주 시절인 1945년 2차 대전에 참가해 구호품 관리, 군용트럭 운전 등의 임무를 맡았다. 그의 아들인 앤드루 왕자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1982년 아르헨티나와 벌인 포클랜드 전쟁 때 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이처럼 권력자와 부유층, 고위 정치인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솔선수범해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리켜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라고 한다. 프랑스어로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는 이 표현은 이들에게 사회에 대한 올바른 책임과 의무, 도덕성을 요구하는 뜻으로 쓰인다.
우리는 고위공직자나 기업인, 정치인들의 부동산 투기나 탈세, 자녀 병역비리 등을 목격할 때마다 종종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떠올린다. 이 사회의 ‘사표(師表)’가 될 만한 인물을 그만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일 터다. 겉으로는 ‘사회에 공헌하겠다
’, ‘소수자 권익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온갖 비리와 파렴치한 행위를 벌이는 사례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다. 보수가 존중받으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