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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업률 높아지면 정권 교체
한국선 남보다 성장 못 하면 교체
‘쇼’ 말고 진정성 보여야 경제 희망
내가 대통령이라도 요즘은 숫자 들여다보기가 겁날 것 같다. 어제 “올해 경제성장률 1%대로 주저앉을 듯” 뉴스가 나왔으면 오늘은 ‘비정규직 87만 명, 사상 최대 폭증’ 소식이 들려온다. 하루하루 망가져 가는 나라 경제를 실시간 눈으로 확인하는 기분이다.
나쁜 경제는 정치인에겐 무엇보다 선거에 안 좋다. 경제와 선거의 함수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한 미국엔 몇 가지 법칙이 작동한다. 경기 침체 땐 현직 대통령이 무조건 떨어진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지난달 초 월가에서 경기 비관론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fed) 의장을 ‘멍청이’라 부르며 “당장 금리를 제로나 그보다 더 낮추라”고 육두문자를 날린 것도 그래서다.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주가 등 주요 지표 몇개는 아예 정권 교체 여부를 가르는 잣대로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선거가 치러지는 해의 경제 성과가 중요하다. 미 투자연구소 CFRA의 최고 투자 전략가 샘 스토볼은 “최근 50년간 대선이 있는 해 7월 3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주식 시장이 하락할 경우 현직이 평균 90% 정도 교체됐다”고 했다. 미 대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실업률도 비슷하다. 선거 년의 움직임이 중요했다. 미 경제잡지 포브스는 “1972년 이후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 실업률이 높아지면 정권이 교체됐다”고 전했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경제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민주 정부가 들어선 김영삼 정부 때부터 따져봤다. 미국과 달리 실업률·주가 지수 등은 선거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다만 경제성장률은 선거 결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세계 경제보다 성장하지 못한 정권은 예외 없이 교체됐다. 노무현 정부의 평균 성장률은 4.5%로 세계 평균(IMF 기준. 5.1%)에 0.6%포인트 못 미쳤다. 박근혜 정부 땐 3.0%로 역시 세계 평균(3.5%)보다 0.5%포인트 밑돌았다. 나머지 정부의 성장률은 세계 평균보다 높았으며 정권도 교체되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 해에 외환위기를 맞은 김영삼 정부는 교체됐는데, 외환위기 여파로 이듬해인 1998년 성장률은 세계 평균보다 5.5%포인트나 낮았다. 한경연 관계자는 “근대화를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왔던 한국인의 뿌리엔 성장 신화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며 “이런 정서가 선거 판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 2년간 성장률은 평균 2.9%로 세계 평균(3.7%)보다 0.8%포인트 낮다. 올해는 더 나쁘다. 1%포인트 넘게 벌어질 전망이다. 이쯤 되면 문재인 대통령도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경제를 망친 채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하루는 삼성·현대차를 찾아가 칭찬하고 다음 날엔 “불평등 성장정책, 재벌 중심의 특권적 경제구조”를 꾸짖는 오락가락 행보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경제는 심리이기도 한데, 국민이 진정성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행보 백번보다 특효약이 있다. 탈원전의 전격 폐기다. 탈원전 폐기야말로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의 진정성을 보여줄 딱 한 수다. 환경 탈레반과 진영 논리, 불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요. 경제를 이념 아닌 실용으로 본다는 현실 회귀의 증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