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세종=이동우 기자]
[[the300][2014국감]'실수'보다 '이후'가 중요…깔끔하게 사과하고 '현안'복귀하시길]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던 정부세종청사.
시계 바늘이 밤 10시를 향해 가면서 국감장에 앉아 있는 의원들도, 고용부 직원들도, 취재진도 얼굴엔 피곤함이 역력했다.
이날 국감은 오전부터 파행을 거듭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오가 다될 무렵에서야 시작됐지만, 여야의 깊은 앙금이 남아있는 국감은 이미 활력을 잃은 뒤였다. 종일 질의가 이어지는 동안 몇몇 의원들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행을 거듭하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국감장을 드나들던 기자의 눈에 한 의원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 비키니 차림의 여성사진이 떠 있는 게 보였다. 현장을 스케치하는 기자입장에서는 당연히 휴대폰으로 손이 가고 사진 셔터를 누르는게 자연스러웠다.
막상 사진을 찍어 놓고도 고민이 적지 않았다.
하루 종일 이어진 공방 끝에 관련 기사를 찾기 위해, 혹은 잠시의 '휴식'을 위해 '모바일 서핑'을 하던 몇 초의 순간이었을 수 있다. 누구든 인터넷을 이용하다가 호기심에 사진을 누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파행으로 진행된 국정감사가 '정책'은 실종되고 '가십'으로 넘쳐나는데 이런 사진기사가 일조할 수 있다는 염려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됐던 국회의원들의 유사한 행동이 공식 석상에서 다시 반복되는 것은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민생'은 실종되고 이틀간 파행을 거듭한 국감 상황에 대한, 의원들의 책임의 무게를 일깨워주고도 싶었다.
사진 기사가 나간 뒤, 기사에는 1만개가 넘는 댓글들이 달렸다. 대부분 권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어서 기자로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피감기관인 고용노동부는 더욱 난처해했다.
사진을 사용할 수 없겠느냐는 타 언론사들의 요청도 많았지만 거절했다. 논란을 더욱 확산시키거나, 해당의원과 정당에 대한 비난을 증폭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고, 이미 충분히 정치권에 '옐로 카드'가 전달됐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어진 권 의원의 해명 아닌 해명과 태도는 한번 더 실망을 안겨줬다.
"기사를 검색하다 잘못 눌러 비키니 사진을 보게 됐다"는 권 의원의 해명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각종 자극적인 사진과 광고배너, 입에 담기 민망한 문구로 독자들의 시선을 낚으려는 '미디어'들, 특히 스포츠 관련 매체들의 선정성은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도 부끄러울 정도다. 그런 낚시질에 걸려 들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석도 아닌 국감장에서, 민생을 다뤄야 할 '공인'으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에 완전한 양해가 이뤄지긴 힘든 사안이다.
더구나, 의원실에서는 해당 사진이 야당 측에서 제보한 음해성 사진이라고 주장하며 고용노동부에 국감장의 폐쇄회로(CC)TV 자료까지 요청했다. 하지만 국감에서 엉뚱한 '음모론'을 들이대며 개인의 해명을 위해 CCTV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한 '물타기'이다.
깔끔하게 사과하시라.
길어진 국감에 집중력을 잃고 미디어의 낚시질에 걸려들었다고 털어 버리고, 국정으로 돌아오는게 의원으로서 품위를 지키고, 국민들의 응원을 얻는 길이다.
지금 환노위 국감에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저탄소차 협력금 등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안들이 산적해있다.
여당 간사인 권 의원이 중심을 잡지 못 하면 '민생'이 표류하고, 정치는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http://news.nate.com/view/20141010n32284
진심 패기 있는기자..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