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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삶 자체가 위기의 살얼음판을 걷는 여정이었다. 그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책으로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를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연설문에서, '도전과 응전'이란 말을 자주 썼다. 문명은 '도전'과 이에 대한 '대응'이라는 상호 작용을 통해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위기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심기일전과 전화위복의 기회였다. 그에게 닥친 다섯 번의 죽을 고비는 김대중이란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자신을 담금질하는 기회가 됐다.
그는 위기에 봉착했을 때 세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시련은 영원하지 않다. 반드시 어려움의 끝은 온다.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없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본에서 납치돼 수장되기 직전, 위기의 순간에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그런 자신을 하나님은 외면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둘째, 그 끝이 왔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하자. 미진함은 있어도 후회는 없도록 하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전두환 군부가 사형선고를 받고 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대통령 자리 빼놓고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고 회유했을 때, "지금 살고 역사에서 영원히 죽을 것인가, 지금 죽고 역사에서 영원히 살 것인가. 어차피 언젠가 죽을 인생, 부끄럽지 않는 길을 선택하자"고 마음먹었다.
셋째, 위기에서 기회 요인을 찾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반드시 기회를 준다. 그 기회는 위기의 옷을 입고 온다. 그 기회를 포착하고 선용하는 민족은 흥하고 그렇지 않으면 쇠락한다. 4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는 위기이면서 기회다. 잘못하면 찢기고 당할 수 있지만 잘만 하면 색시 하나를 두고 신랑감 넷이 프러포즈하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