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 취재기] “국가가 국민 속일수 있음을 드러낸 재판”… CCTV 시간 하나도 안 맞아, “함장이 어뢰로 보고하라 시켰다”
생존자들 증언 “아무 이상 없었다…쾅 다른 선박과 부딪힌 줄 알았다”
무엇보다 사고를 전후로 핵심 위치에 있던 생존자들은 사고순간까지 특별한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으며, 사고 순간에도 무언가에 부딪힌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지난 2013년 12월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 신상철 대표 공판에 출석한 김기택 전 천안함 음탐사(해군하사)는 자신의 직전 근무자로부터도 특이사항을 전달받은 것이 없었을 뿐 아니라 사고순간까지도 음탐상 이상을 감지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 신호가 있었으면 모니터와 스피커에 나타나, 이상상황이 있으면 보고하는데,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며 “(당시 감지된 소리는) 일반적으로 나오는 여러가지 소음과 노이즈”였다고 전했다.
특히 폭발위치에 가장 근접한 곳에서 휴식중이던 생존장병은 다른 선박과 부딪힌 줄 알았다고 전했다. 사고순간 천안함 흘수선 아래 침실(CPO-수면하 침실)에 누워있던 천안함 전탐장 김수길 상사는 지난해 10월 27일 공판에 나와 “당직시간인 그날 16~20시 근무후 교대한 뒤 취침하러 ‘CPO실(수면하침실)’로 내려와 21시20분쯤 스탠드를 켜고 눈감고 있을 때 ‘쿵’소리가 들렸다”며 “다른 선임하사가 근무하고 있는데 다른 함정하고 부딪혔나 하고 있었는데, 몇십초 만에 다시 쾅 하는 소리가 나면서 배가 넘어졌다. 뭐에 부딪히는 소리인 줄 알았다. (천안함보다) 큰 함정이거나 동급함정에 부딪힌 줄 알았다”고 전했다.
“함장이 어뢰로 보고하라고 시켰다”
합조단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직후 모든 보고라인엔 천안함이 파공후 침수 또는 좌초된 것으로 전달됐으나 20여 분 뒤부터 보고내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어뢰피격으로 변경된 것이다. 천안함 포술장 김광보 대위가 당일 21시28분 “좌초다”라고 보고한지 20여 분 만인 21시51분 천안함 통신장 허순행 상사는 “본국 어뢰, 어뢰로 사료됨”이라고 백령도 레이더기지에 보고한 것으로 보고서엔 나온다.
보고 내용이 바뀐 것과 관련, 허 상사는 최원일 천안함장의 지시에 의한 보고였다고 밝혔다. 그는 2012년 8월 27일 공판에 출석해 사고 직후 백령도 기지와 호출부호를 통해 침몰사유 통보 요구가 와 갑판에 나와있던 일부 장병들과 최 함장이 상의한 뒤 “어뢰피격으로 보고해”라는 지시를 받아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 판단 근거에 대해 “정확히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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