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온도가 30도까지 웃돌면서 아이스크림에 대한 수요가 늘고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군것질로 먹는 여름의 대표 아이콘인 아이스크림이 북한에서는 쌀 대신 먹는 대용품이 되곤 한다.
2008년 탈북한 김경희(가명, 34세)씨도 이러한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 북한에서 여름에 쌀 보다는 오히려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었어요. 쌀을 사지 못하니 사과하나 살 수 있는 가격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는 거죠. 어차피 배가 부르지 않는 건 똑같으니까 사과 한 개보다는 오히려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는게 낫다는 이야기에요. 이 곳(남한)은 생활수준이 높아서 '양보다는 질'을 중요시하지만, 북한에서는 '질보다는 양'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
북한의 아이스크림은 밀가루 5kg당 세 상자 정도 나오는데, 한 상자에 300개씩 들어가니 밀가루 5kg당 1500개의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다. 까까오(북한 아이스크림 이름)는 밀가루 반죽에 소량의 우유, 설탕, 색소를 첨가하여 만든다. 이같은 배합에서 밀가루 반죽의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지 않다.
하지만 맛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지 않은 것이 문제다. 제조하는 기업소의 위생상태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선 아이스크림 기업소 직원들이 의무적으로 위생 방역소에 가서 혈액검사를 실시한다. 결핵 또는 간염 여부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확인증을 발급하는게 전부다. 위생상태 점검이 아닌 직원들의 혈액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굉장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북한에는 전염병이 창궐한다는 뜻이다.
검사 자체가 형식적이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아이스크림 제조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특히 아이스크림 제조시 다량의 사카린(인공감미료)을 첨가하기 때문에 이를 먹은 주민들이 위염을 호소하거나, 급성대장염에 걸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탈북자 김 씨는 이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은 듯 했다.
" 북한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면 배가 너무 아팠어요. 탈북해서 보니 그러한 증상이 급성 위염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북한 주민들이 이러한 병명에 대해서 알리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배가 아파도 그냥 먹는거죠. 나중에 알고보니 사카린이 인체에 굉장히 좋지않은 물질이라고 하더라고요. "
하나원에서 한국의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봤다는 김 씨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 너무나 놀랐다고 했다. 일단 맛이 너무 좋더라는 것이다.
" 북한에서 먹던 음식하고는 전혀 다른 맛이었어요. 너무 맛있더라고요. 근데 더 놀라웠던 것은 며칠이 지나도 복통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더불어 북한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 생각에 눈물도 흘렀어요. 한국에서는 기호식품으로 즐기는 아이스크림이 북한에서는 음식 대신 먹는 대용품이니까요. "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가슴 속까지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탈북자가 먹는 아이스크림은 오히려 북한 생각에 가슴 속까지 시리게 만든다. 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시원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탈북자들의 시린 가슴을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준다면, 30도가 웃도는 이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