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중산층 증세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중산층 세 부담은 줄어들고 고소득자는 늘어나는 구조로 중산층 세금폭탄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산층 기준조차 명확히 제시하지 못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릐정부의 자의적인 중산층 기준=정부는 올해 근로소득세제 개편으로 연소득 3450만원 이상인 상위 28%만이 세 부담이 늘어나며 이 같은 상위 계층의 증가 세수는 저소득층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연소득 3450만원 이상 근로자=고소득층’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3450만원은 세 부담이 증가하는 근로자의 기준점일 뿐이지 중산층 기준은 따로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가 중산층이라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연소득 3450만~5500만원 사이 근로자는 중산층이다. 정부가 의도하든 안했든 간에 3450만~5500만원 구간에 속하는 ‘정부 공인’ 중산층 세 부담이 고소득층에게 전가되는 착시현상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 1년차였던 2008년 세제개편에서 정부는 지금과 정반대의 논리를 제시했다. 당시 정부는 소득세율을 단계적으로 2%포인트 인하하면서 과세표준액 기준 8800만원 이하를 서민·중산층으로 잡았다. 정부는 이 논리에 따라 감세 혜택의 43.9%가 서민·중산층에 돌아간다고 밝혔다. 과세표준액은 총 급여에서 소득공제 등을 제한 액수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연소득 1억2000만원 정도는 돼야 과표기준 8800만원이 된다. ‘부자감세’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산층 기준을 높게 잡아 중산층에 수혜가 돌아간다고 포장한 셈이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재완 당시 기재부 장관도 이런 중산층 기준을 고집했다.
정부가 명확한 기준 없이 그때그때 자신들 입맛에 맞게 중산층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릐착시효과 불러일으키는 정부의 셈법=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향후 5년간 2조4900억원의 세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전년보다 늘거나 줄어드는 전년 대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올해 세금이 100만원에서 내년 120만원, 내후년 140만원 증가하면 2년간 세금 증가액은 실제 60만원이지만 정부의 전년 대비 기준은 40만원(20만+20만원)이다. 실제 세 부담액인 누적 기준으로 보면 5년간 세수 효과는 10조5700억원에 이른다.
반면 정부는 지난 6월 공약가계부 발표 때는 이와 반대의 계산법을 사용했다. 당시 정부는 향후 5년간 세입재원 규모는 12조원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11일 참고자료를 통해 2조4900억원과 12조원은 계산법만 달랐지 같은 금액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수치를 부풀리고 싶을 때는 누적법을, 그 반대의 경우에는 순증법을 쓴다는 지적이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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