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칼럼입니다. 베네주엘라 차베스에 관한 칼럼이네요. 차베스에 대한 편견이 한국에도 꽤나 있는 거 같아서 함 올립니다^^
Spécial·차베스 없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오랫동안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나라들과 구별되는 면모를 보였다. 쿠바혁명이 한창이던 1960년대 초, 미국 백악관의 한 자문관은 라틴아메리카 해방운동의 주역 시몬 볼리바르의 고향인 베네수엘라를 ‘민주주의의 모델’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뒤 ‘베네수엘라적 예외’가 또다시 희망을 싹트게 했지만 미국의 태도는 과거와 달라졌다. 서민계층 군인 출신인 우고 차베스(15면)의 1998년 대통령 당선은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얼굴을 뒤바꾸어놓은 많은 선거 승리의 시.발탄이 됐다. 그때까지 주류를 이루던 신자유주의를 철폐하려는 그의 시도(1, 14면)는 언론의 미움(아래 기사)과 엘리트층의 분노(12면)를 샀다. 그런 차베스가 지난 3월 5일 세상을 떠났다. 4월 14일 열릴 대통령 선거에서 차베스의 정당이 승리를 거두기만 하면 그의 ‘혁명’도 영구히 지속될 수 있을까?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 3월 5일 사망하자 이튿날 <뉴욕타임스>는 '베네수엘라의 악당 차베스 사망'이라는 제목으로 1면에 보도했고, <타임스>는 '선동가의 죽음'이라는 헤드라인을 붙였다. <NBC방송>은 당일 저녁 뉴스에서 "그의 이름 앞에 붙던 '철권통치자'(Strongman)라는 표현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언급했다. 3월 6일 아침 <ABC 월드뉴스>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자국 대통령의 압제에서 벗어난 첫날의 해가 밝았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나르앙리 레비는 차베스의 '병적 반유대주의'를 맹렬히 비난했다(<르푸앵>, 3월 13일). 201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페루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차베스가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카우디요(Caudillo·포퓰리즘을 발판으로 정권을 획득한 군사독재자) 전통을 잇는다며, 카우디요를 "손은 피로 물들고 주변인들의 굴종과 아첨의 결과 허영심에 충만한 짜증 나는 광대들"이라고 표현했다(<엘파이스>, 3월 10일).
차베스가 세상을 떠난 날 저녁, <ABC 월드뉴스> 보도국은 근거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많은 미국인들이 차베스를 독재자로 여긴다"고 강조할 필요성을 느낀 듯하다. 대표적인 반(反)차베스 논객인 마이클 시프터는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서 부고 소식을 언급하며 "따져보면 그는 진정한 전제자이자 독재군주였다"고 말했으니 어떤 분위기인지 감잡았을 것이다.
서구가 만들어 놓은 허상들
차베스에 대한 가장 큰 원망은, 베네수엘라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을 그가 민간부문에 투자하는 대신 교육·의료·식량 지원 프로그램 등에 낭비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유언비어 수준의 기사에서 "베네수엘라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가져다준 이점은 석유 갑부들이 중동의 화려한 도시에서 추진한 부동산개발계획에 비하면 보잘것없다"며 그 좋은 개발 사례로 "두바이에 들어선 초고층 빌딩들과, 아부다비에 제2의 루브르박물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을 건설하는 계획"을 언급했다(3월 5일). 한마디로, 빌딩을 지으면 좋을 돈을 왜 국민을 먹이는 데 사용하느냐는 이야기다.(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