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수치를 보고 판단하기 전에 염두해야 할 점이 있다. 자산과 상환능력이다. 민간기업의 경우에도 부채가 증가하더라도 이를 충당할 수 있는 자산을 가지고 있고 고유 목적 사업을 통해 이자를 갚고도 당기순이익이 발생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유동성에 문제만 없다면, 부채가 커지는 만큼 사업 규모도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LH공사는 국토와 산업발전에 필수적인 토지를 취득하고 개발·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주거 복지 향상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사업 등 시장 논리에 맡겨둘 수 없는 공익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을 진행할수록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부채규모나 비율 등 재무제표상의 수치만 가지고 공기업의 존재 가치나 부실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굳이 수익을 따지자면 공기업이 아니라 민간영역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 경우에는 주거복지 향상과 중장기적인 산업 및 국토개발, 국민경제 발전계획의 수립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공기업 선진화’ 논리로 포장해 주공-토공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 직후부터 국회 논의가 급진전되었고, 한나라당은 정상적 심의절차를 생략한 채 본회의에 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2009년 10월 1일 주공과 토공이 통합된 LH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통합 전 양측의 상황을 굳이 비교하자면, 토지공사는 재정적으로 비교적 건전한 상태였고, 자산과 부채가 급증했지만 토지 분양에 따른 영업이익의 증가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반면에 주택공사는 국민임대주택 건설이 확대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상환하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사업 조정, 채권 발행 등으로 신규 사업비를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이었다
우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기업의 금융부채 추이를 살펴보자. 공기업 부채는 총 181조 원을 넘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LH공사의 부채 증가율은 다른 공기업에 비해 더욱 극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세종시와 혁신-기업도시에 대한 토지보상금이 급속히 늘어나던 2006년에는 전년 대비 154%의 증가율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LH공사 부채증가의 원인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틀린 지적이다. 당시에는 세종시, 혁신도시 등의 토지보상금을 지급하고도 충분한 자금여력이 있었다. 금융부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충분했다.
실제로 참여정부 임기 말인 2007년, 두 공사는 모두 40조 원에 달하는 금융부채 때문에 발생한 이자를 지급하고도 주공은 5,600억 원, 토공은 9,69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하는 안정된 경영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또한 분양자산의 매각, 일부 사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단기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분양주택과 대지 등 재고자산의 장부가액이 48조(주공 19.2조, 토공 28.8조)에 달하고, 투자자산과 임대주택 등 비유동 자산이 28조(주공 26.3조, 토공 1.5조)이었기 때문에 상환능력에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재(2010년 8월) LH공사의 부채는 118조원으로 전년 대비 157.4%가 급증했다.
2009년말 LH공사는 414개 지구(1억8천만 평)에 대해 총사업비 425조원, 이중 276개 지구(1억2천만 평)에 대해 사업이 진행중이다. 282조 원 규모의 사업 중에서는 2009년까지 99조 원을 투자했고 74조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앞으로도 138개 지구(6천만 평)에 대해 143조 원의 신규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규모가 커지니, 적자폭도 커졌다.
이중 가장 큰 사업비를 차지하는 것이 제2기 신도시 개발 114조 원과 이명박 정부 들어서 시작한 보금자리 사업 94조 원이다. 신도시 개발사업은 주택 공급을 위해 특정정권과 상관없이 계속되는 사업이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핵심적 정책이다
한편, 참여정부의 탓이라고 하는 세종시-혁신도시 사업은 총 30조 원에 불과하다. 연도별 혁신도시의 재원 투입도 2008년 4.6조 원이었고, 2009년부터는 2조원 이하로,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했다면 투입된 자금보다 회수된 금액이 더 많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LH공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만큼 큰 액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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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전과 후의 재무구조 추이를 보면 알수가 있음
제대로 된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애초 의도는 주거복지사업을 수행하는 주공과 수익성 높은 사업을 수행하는 토공을 통합하면 시너지효과를 통해 택지 개발의 이익을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의 침체 등으로 토공과 주공이 통합 전에 경쟁적으로 사업을 펼친 김포한강신도시, 검단신도시 등이 미분양으로 자금 회수가 되지 않는 등 미분양사태가 속출했다. 올해 공급한 필지 중 17%만이 팔렸고, 2007년 90%에 약간 못 미치던 토지 판매대금 회수율도 2010년 6월 현재 20%대로 급속히 떨어졌다. 사업 진행의 시너지를 위한 통합은 결국 부채 증가의 시너지를 낳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