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te.com/view/20130430n06056
왜 박정희 논란이 다시 생겼나 했더니 이 판결 때문이었군요.
이 기사에도 대충 설명돼 있고, 아래 메탈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쉽게 설명해주셨는데 못알아 듣는 분이 계셔서 추가로 설명합니다.
법학에서 '사실'이라 함은 두가지 뜻이 혼용됩니다. 이것 때문에 형법 강의 듣던 시절 헷갈렸던 기억이 있는데,
1. 진실이라는 의미. 사실=진실=true <-> 거짓
2. 의견이 아닌 구체적, 객관적 사실이라는의미. 사실 <-> 의견
('의견 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해 입증 가능한 것)
법원에서 박정희가 친일파냐 아니냐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무조건 필요한 것만 판단합니다.
공직선거법 저 조항에서 뜻하는 말은 2번입니다.
공직선거법 저 조항에서는 구체적 사실에 대해 함부로
즉, 박정희가 친일파 딸이라는 주장은 '의견'이라는 말입니다.('거짓'이 아니라)
가령.
"김대중은 나쁜 놈이다"
"노무현은 친북주의자이다"
"이명박은 매국 종북주의자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의견'입니다. 본인의 가치판단에 대한 부분이란 겁니다.
반대로,
"김대중은 일본에 망명한 적 있다"
"노무현은 김정일과 악수를 했다"
"이명박은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
"김대중의 친 아버지는 XX이다"
"이명박은 사실 조선공산당 입당 전력이 있다"
"박정희는 박헌영과 사촌이다"
이 여섯문장은 2번에 해당하는 사실입니다. 가치판단의 영역이 아니라는 거죠.
다만 앞부분 세개는 1번과 2번 기준 모두에서 '사실'이고,
뒷부분 세개는 2번으로는 사실이지만, 1번에서는 '사실'이 아닙니다.
법조계 용어 문제로 생기는 소란입니다.
이번 판결은 "박정희는 친일파다"에 대해서 true냐 false냐를 따진 게 아니라
이게 가치판단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피고인이 자기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본 겁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무죄를 받은 거구요.
기사 마지막 문단을 보시면 '박근혜가 김일성 생가에 다녀왔다' 이부분에 대해
'사실'이라고 쓴 것이 보이실겁니다. 이것 역시 1번에서 말하는 사실이 아니라, 2번에서 말하는
의견표명이 아닌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유죄를 받았네요.
갈릭님이 헷갈리는건 법조계용어의 혼용 때문에 생긴 것이데,
갈릭님은 지금 1번으로만 '사실'을 해석하고 있습니다.
갈릭님 말씀대로라면 저기서 "박근혜가 김일성 생가를 다녀왔다"는 말에 대해서
법원은 true라고 판단한 것이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사실'이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를 때렸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때렸네요.
갈릭님처럼 1번으로만 생각한다면,
'사실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 유죄를 때리고,
'사실'이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때려야 정상일텐데 말이죠.
법원은 가치판단 영역에 대해서, 특히 정치사회적 쟁점 부분에 대해서 잘 판단하지 않습니다.
다른 분들이 잘 설명해주셨는데 제가 괜히 사족을 붙인게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