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또 궤변… "정치가라서 역사 판단 못해"
[발뺌하면서도 망언… 침략 명시한 카이로·포츠담 선언 부정]
日언론 "침략은 역사적 사실"
"왜곡 발언, 국제적 불신 키워" 각료들의 신사 참배도 비판
조선일보|도쿄|입력2013.04.27 03:30|수정2013.04.27 05:33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침략을 부인한 발언에 대해 한국·중국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26일 UN 결의와 카이로·
포츠담 선언마저 부정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답변에서 "역사라는 것은 장기간에 걸쳐 전문가에 의해 새로운 사실이 발견된다"면서 "정치가이기 때문에 (침략 여부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해 신(神)처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답변은 아카미네 세이켄(赤嶺政賢) 공산당 의원이 "카이로·포츠담 선언이 일본의 침략을 적시했고, 일본은 이를 수락했는데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결의안 3314호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역사가들이 이런저런 (침략의 정의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아시아 제국의 국민에게 큰 피해와 고통을 줬다. 그런 인식은 역대 내각과 같은 입장"이라면서도 "역사 인식의 문제를 정치의 장에서 논의할 경우 외교·정치 문제화하는 만큼 역사가·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다. 끝까지 '침략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지난 23일 참의원 답변에선 "침략에 대한 정의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었다. 아베 총리는 집권 후 총리 직속 '교육재생실행위원회' 위원에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한 교과서 보급을 주도해온 야기 히데쓰구(八木 秀次) 다카사키(高崎)경제대 교수를 임명한 바 있다. 아베 총리가 말하는 '전문가'가 이런 사람들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스가 관방장관도 이날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 여부에 대해 "아베 내각은 전문가 회의를 통해 21세기에 적합한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고 싶다"면서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 여부만 따지는 것은 정말 이상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이니치(每日), 아사히(朝日)신문 등은 아베 총리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6일 '총리의 역사 인식을 의심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의 발언이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 지배가 침략이 아니라는 식으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일본이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면서 "총리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려 하고 있다면 문제"라고 했다. 아사히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침략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하면 주변 국가뿐 아니라 서구 국가들의 불신도 강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은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 "야스쿠니 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은 아직도 전쟁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있다"면서 "1978년 야스쿠니에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이후 일왕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개헌을 본격화하려 하자 개헌 반대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자민당과 연립하고 있는 공명당은 26일 개헌에 반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