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대 사람들과 가끔 대화를 해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을 때가 많습니다.
쉽게 선동되고 깊이가 없는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저번 대선에서도 "늙은이들은 선거에 나와서는 안된다"라는 패드립이 유행했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 30대가 이렇게 변한데는 386세대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396세대로서 많은 책임을 느끼는 편입니다.
잘못된 이념화 교육으로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왜곡시킨게 우리 세대들이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는 독재 시절을 보냈습니다.
당시 젊은 세대였던 우리들은 "독재를 절단내야한다"라는 소명감으로 불타 똘똘 뭉쳤고 여기에는
세대간, 지역간, 이념간 갈등도 없었습니다.
운동권 애들이 주축이 된 사회운동이 성공하게 된건 모든 국민들의 독재를 종식시키려는 마음이
결집되었기 때문입니다.
87년의 명동, 신촌, 종로에는 저도 있었습니다.
돌과 화염병으로 무장하고 "독재타도"를 힘차게 외쳤습니다.
그리고 국민적 지지를 받은 민주화 운동은 성공했고 대한민국은 다시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뽑고
독재의 흔적을 지워가는 세대가 되었습니다.
국회청문회에서 청문회 3인방이 전두환에게 큰 소리로 따지는 모습을 보면서, 전두환이 사형선고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온 국민은 통쾌해 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가 귀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기뻐했었습니다.
80년대 후반으로 달려가면서 학교 교정과 성당 앞마당에는 5.18에 관한 사진전이 매일같이 열렸습니다.
우리는 백기완을 외쳤고 김대중에 환호했었습니다.
그리고 대선을 맞았을 때 민주화 주역인 김영삼, 김대중 두 어른이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여 그 중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두손모아 기도했었습니다.
혹시나 다시 독재로 회귀하는 일이 있을까싶어 가방에는 토플책 대신에 맑스이론책을, 전공책 대신에
독재의 잔혹함을 알리는 삐라를 넣어다니곤 했습니다.
그런데 김영삼, 김대중 두 어른이 단일화를 쳐바르고 자신의 흑심을 내보이시더니 결국 노태우에게
정권을 내주더군요.
이후 김영삼은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에 합류함으로서 국민들의 기대에 등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어! 이게 아닌데?"
민주화가 되고 민주적 요청은 거세어졌습니다.
참교육을 표방한 전교조가 인정되었고 이념화된 노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모든 것은 순탄하게 돌아갈꺼야"라던 우리 세대들의 생각과는 달리 우리가 추앙하던 김영삼 대통령은
IMF 시대를 만들었고 김대중 어른께서는 자신의 사익을 우선해 그를 방조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386세대는 우리들의 영웅이었던 김대중을 대통령이 되게끔했고 전두환 청문회에게 용감하게
날선 비판을 했던 노무현을 또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김대중이 북의 김정일과 만나고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모습을 보고 "그래 잘된 일이야"라고 감격했었습니다.
그러나 북의 김정일은 핵을 만들었고 우리는 "어, 이거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네"라는 느낌을 갖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북에 당근을 지급하는 정책을 철회해주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고 김대중은 계속해서 북을 지원했었고 이는 다음에 들어서는 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그럴리가 없다"라는게 한결같은 그들의 주장이었고 당시까지 박정희를 비판하고
김대중과 노무현을 지지하던 저같은 사람도 지지를 철회하게끔 만들었습니다.
독재에 항거하고 돌을 던지고 화염병을 던지며 독재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겠다던
우리 386세대는 그 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산업화 독재보다 더 더럽고 추악한 세력이 민주화 세력이었고 더 무능했었다는 실체를 보고 그제서야
느낀겁니다.
박통이 돌아가셨을 때 지금은 80이 넘으신 부모님과 함께 광화문에 가서 박통의 마지막 모습을 본게
기억에 선명합니다.
부모님의 우시는 모습에 저 역시도 눈물을 흘렸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집에는 돌아가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걸렸습니다.
아직도 부모님이 사시는 집에는 박정희 가족분들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요즘 20, 30대는 "전두환은 물러가라", "독재타도"를 외치던 지금의 50대가 보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잘 모릅니다.
이명박 정권 때 "독재" 운운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실제로 "독재"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입니다.
좋은 부모 만나서 단 한방울의 땀도 흘려보지 못한 20. 30대들은 지금 인터넷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며 북의 세습체제에 읍소하는 정치세력들을 비호하고 환호하고 있습니다.
지난 50년동안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경험한 우리 386세대들
을 수구꼴통이라 말하며 무개념한 세대로 비하하고 있습니다.
맑시즘 한 줄 읽어보지 못한 인간들이 화염병 한번 던져보지 못한 세대들이 돌 던지고 유치장 한번
가보지 않은 세대들이 "민주와 독재"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 결과에서도 나왔지만 지금 우리 386세대들은 대부분 대표적인 독재의 후예인 박근혜를
지지하였습니다.
이건 경험에서 나오는 선택이었습니다.
무능한 노무현 정권 때보다 열흘만 알바뛰어도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던 전두환 때가 더 나았습니다.
토플에 자격증에 온갖 스펙을 갖추어도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지금보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던 80년대가 나았습니다.
꿈이 없어 xx율 1위를 자랑하는 지금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던 80년대가 나았습니다.
민주화운동 원년 세대인 386세대가 보수화된건 경험에서 우러난 결정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이해찬 세대들의 한심함을 경험하면서 선배로서 참으로 미안함을 금치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을 이렇게 만든게 바로 우리 386세대들이란 생각 때문입니다.
80년대 당시에 맑스 이론으로 무장한 운동꼬니 녀석들. 철지난 맑시즘과 김일성 수령의 전체주의 사상을
탐닉하며 떼씹에 열중하던 그놈들도 결국 저와 동시대를 살았던 인간들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미안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부정부패를 말하며 비리를 척결하고 독재를 척결하자던 운동꼬니 학생회의 비리와 부패를 안다면
독재 정권의 부패에도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두환에게 명패를 집어던지며 "대통령이 돈을 받았을 땐 뭔가 주는게 있었지 않았을까요"라던
청문회 스타도 결국 마찬가지 였었다는 비애를 경험하면서 "어차피 더러운게 인간이라면 그래도 무능력
한 것 보다는 능력있는게 좋더라"라는 생각도 들만하지 않나요?
주변의 50대들은 자식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 중에는 30에 가까운 젊은 자식이 취업하지 못하고 방구석에 들어앉아 인터넷만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숨 쉬는 50대도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술자리에서 힘없이 이런 말을 나누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라고 민주화 운동에 동참한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