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hankooki.com/lpage/people/201209/h2012090721114391560.htm
북한에서도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와 빅뱅을 알고 있을까. 정답은 '예스'다. 최근 남한의 가요와 드라마, 영화 등이 소개돼 그야말로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런데 이런 결론에 의문점도 있다. 누가, 왜, 어떤 방식으로 남한의 문화를 접하고, 이를 전하는 사람들은 또 누구일까. 이 같은 궁금증을 단 번에 풀어줄 수 있는 연극 한 편이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남북한의 문화적 교류 및 협력사업을 펴고 있는 통일문화연구원 주최로 13~15일 서울 종로구 가나의 집 열림홀에서 막을 올리는 '아랫동네 날라리'가 그것이다. '아랫동네 날라리' 탄생의 주역은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이다. 그는 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는 남한의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이번 연극은 북한 내 한류의 실제 현상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전기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북한에서 어떻게 TV를 통해 우리의 문화를 접하고 있을까요. 그들은 자동차나 탱크 내의 배터리를 이용해 전기를 얻어서 TV를 보고 있기도 해요.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 등을 담은 불법 복제 CD가 대량 유통되는 것도 한류 바람에 일조하는 셈이죠."
앞서 통일연구원은 6월 '한류, 통일의 바람' 제목의 연구총서를 발간하면서 세미나를 개최했었다. '아랫동네 날라리'는 북에서 한류를 접한 탈북자 100명의 인터뷰를 담은 이 연구총서를 기본으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라 이사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연극의 내용은 어떻게보면 단순하다. 함경북도에서 한류를 접하게 된 일가족 4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한을 뜻하는 '아랫동네'에서 우연히 얻게 된 '알'(CD) 때문에 겪는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10대인 딸 명희의 눈을 통해 본 남북의 문화, 사회, 경제 등의 충돌이 그려진다. 권위적이지만 감성적인 아버지, 미용과 장사를 하며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꿈을 좇는 열정적인 딸, 군에 입대한 아들 등이 주인공. 특히 남한의 한 여가수가 선보이는 강렬한 춤과 빠른 비트의 음악이 주는 문화적 충격을 대하는 북한의 현실도 연극에서 생생히 엿볼 수 있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서 보듯 문화의 영향력은 폭발적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통일의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해요. 정책적인 면보다는 문화적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해 남한의 실상을 적개심 없이 보여주는 것이죠. 문화적 접근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통일상이 아닐까요."
라 이사장은 "요즘 10대 청소년들과 2030세대들은 북한 문제와 통일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이번 연극은 북의 문화를 알리려는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 공연이 끝난 뒤 전국 중·고등학교 순회 공연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