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바나나맛우유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이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다는 소식에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많은 국민들이 축하하고 국정을 잘 운영하기를 기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공약 말바꾸기, 똥통 인사를 하고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되며 박근혜 정권은 시작하기 전부터 삐그덕대고 있다.
이 와중에 취임식이 진행될 국회 앞마당에서는
차가운 눈을 단번에 녹여줄 훈훈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22일 소방관 100명이 국회 앞마당에 나왔다.
그들은 누구는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고 누구는 빗자루를 들고 눈과 물을 닦아내야 했다.
이들 중에는 비번 인원이 무려 50명이나 포함되었다.
임수경 의원과 기자들이 이를 확인하고 행안부에 항의하자
행안부에서는 바로 소방관들을 철수시키고 단순한 행정 착오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진선미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의하면 행안부는 거짓말을 했다.
이미 14일에 소방서에 공문을 보내 소방관들을 제설작업에 동원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참으로 훈훈한 모습이 아닌가?
위대하신 차기 대통령님의 성스러운 취임식을 위한
제설작업에 소방관들을 동원하고 취임식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행안부 직원의 모습.
참으로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들에게만.
도대체 이런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걸까?
소방관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화재를 진압하고 생명을 지키고 때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벌집을 치워준다든가 하는 구조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고귀한 일을 담당하는 소방관들을 멋대로 동원하여
대통령 취임식장 청소나 하게 만들어 인력을 낭비하고 소방관들의 사기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가.
심지어 비번인원들까지 대거동원되었다.
힘들고 위험한 업무에 노출되어 고생하다가
만끽할 짧은 비번일마저 자신들의 임무도 아닌 일에 동원되다니
어떤 얼간이같은 작자가 구상했는지 낯짝이나 한번 보고 싶다.
더 황당한 것은 거짓말을 했다는 것과 바로 소방관들을 철수시켰다는 것이다.
소방관들을 미리 동원해놓고 지적하니 착오라 둘러대고
항의를 기다렸다는듯이 철수시키는 모습을 통해
이를 지시한 행안부에서조차 소방관 부려먹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만일 이마저 드러나지 않았다면 계속하여 소방관들을 동원했을 것이니
이보다 분통터지게 하는 행정이 있을지 한심스럽다.
이번 소방관 동원을 보며 많은 남성분들은 데자뷰를 느꼈을 것이다.
바로 군대에서의 경험이다.
경계부대에서 복무하였는데 밤새 경계를 서고 나면 화가 나는 소식을 가끔씩 듣곤 했다.
추위에 떨며 밤을 새고 돌아와 자려는데 갑자기 전원 기상!
제대한 지금은 관심조차 없는 사단장이 온다고 소초 단장에 나서야 했다.
사령관이 한번 왔었는데 이때는 며칠간 쉬지않고 작업을 해야 했다.
사단장의 일장 연설을 듣고 잠도 못 자고 다시 경계근무 나가고.
오히려 전투력을 깎아내리는 이런 권위주의 많은 남성분들 겪었을 것이다.
이런 군대식의 합리적인 선을 넘어선 권위주의는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하며
이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고질병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사회에 만연한 권위주의 타파를 이끌어야 할 정부 기관이
오히려 상대적 약자인 소방관들을 권위를 앞세워 부려먹다니.
가뜩이나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판국에
국민들을 얼마나 무시하길래 이럴 수 잇단 말인가.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사회 공익을 위해 살아간다.
숭고한 일을 하는 그들이지만 정작 임금은 박봉이며
사망하더라도 제대로 보상도 못받는 직종이다.
이에 많은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더라도 소방관들의 임금을 올려주자고 말한다 .
그러나 정부는 소방관들을 군인들과 함께 아무때나 필요하면 쓸 수 있는
그리고 하나쯤 없어져도 다를 자들로 대체할 수 있는 소모품으로 보고있다니 불쾌하기 그지없다.
박근혜 당선인은 국민대통합을 대선 내내 부르짖었다.
이번 소방관 동원 설마 박 당선인이 알고 있었을거라 생각지 않는다.
그저 취임식을 잘 치르려는 공무원들의 충성심 발현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한심한 인사와 공약 말 바꾸기로 국민통합은 커녕
국민대분열이 예상될 정도로 걱정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박 당선인을 지원할 정부 부처들은 소방관들을 국민으로 보지 않고 막 대하는가?
정부의 권위주의에 쪄든 행보에 국민들은 불쾌감을 느낀다.
함부로 소방관들을 건드리지 말라.
아니 당신들의 지위를 악용해 약자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
정부는 국민을 부려먹는 집단이 아닌 국민을 섬기는 집단이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당신들 고위 공직자 따위보다 국민들은 목숨 걸고 국민들 지켜주는
소방관들을 훨씬 더 존경한다.
소방관들을 비롯하여 낮은 임금에도 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일들을 묵묵히 하는
많은 분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하는 것이 사치인지
이 나라 고위층의 저급한 의식 수준 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