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여당인 민정당 국회의원일 때 두 딸은 전두환 정권에 반대하는 골수 운동권으로 감옥까지 갔다."내 인생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다. 조물주가 볼 때 '이지고잉'하는 게 맘에 안 들었던 거지. 1981년 서울대 국사학과 4학년이던 첫딸이 광주항쟁 1주년을 맞아 대여섯명의 여학생과 함께 신군부 규탄 격문을 다량으로 찍어 캠퍼스에 뿌렸다가 구속됐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민정당 소속 국회의원 자녀의 반정부운동 첫 케이스였다. 미련없이 모든 자리의 사퇴서를 냈다. 그런데 정작 전두환 대통령이 '선거에 바빠 자녀들 잘 챙겼겠냐'며 사표를 반려하더라. 그런데 1년 반쯤 후에 고려대 경제학과 3학년이던 둘째가 학생시위 배후조종 혐의로 성북경찰서에 체포됐다. 다행히 백방으로 뛴 끝에 겨우 구속은 면하게 했는데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둘째가 당시 미국 망명 중이던 김대중씨의 측근인 재야인사 예춘호씨의 아들과 결혼하겠다는 것 아닌가? 오해받기 딱 좋았다. 그래서 오랜 술친구 김종인 의원을 통해 당시 정무수석이던 정순덕씨를 만나 대통령께 죄송하게 됐다는 뜻을 전했다. 그랬더니 전 대통령은 '정치와 결혼이 무슨 상관 있나? 전혀 별개 아닌가? 혼사를 축하한다'는 전갈과 함께 최창윤 비서관을 통해 두둑한 축의금을 보내왔다.박정희 시절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18/20130118014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