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만엔권에 얼굴이 박힌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죠.
하지만 저는 다 제쳐놓고 개인으로 평가할 때 이 인물의 유능함에 감복했었습니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문명에는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이 있으며, 외적인 것을 받아들이기는 쉬우나 내적인 것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며, 개화를 위해서는 어려운 것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죠.
이것은 지금도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소름돋는 수준의 통찰력입니다.
이게 메이지 유신의 기본 토대가 된 문명개화론이 되었죠.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국민들의 기본적인 사상부터 서양식으로 개조하기 시작했고 성공했습니다.
물론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기에 2차 대전에서 야만성을 드러내긴 했지만요.
반면에 한국과 중국에서 유행한 동도서기론은 달랐죠. 동양의 정신문화에 서양의 기술만 받아들인다는 주의였습니다.
어찌 보면 주체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것이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를 암울하게 만들었죠.
서양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근현대의 문명이 태동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들의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합리적인 정신문화가 근현대의 외적 물질문명을 잉태한 것이죠.
그렇다면 그 외적 물질문명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근원이 되는 정신문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계를 운용하려면 기술을 알아야 하고 군대를 운영하려면 군사교리를 알아야 하는 것이랑 마찬가지인 것이죠.
현대적인 정신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나라들은 현재까지도 제3세계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독립하면서 얻은 서구권의 현대적인 법률 및 제도와 현대적인 인프라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정신문화가 따라가지 못해서 이를 운용하지 못하고 망해버렸죠.
반면에 한국은 전쟁으로 다 박살나 버린 와중에도 그 교육열로 현대 학문을 익혀 현대적인 정신문화를 구축하는데 성공했기에 아무 것도 없는 이 땅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박정희 때문이 아니라요.
그렇다면 지금 한국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찌 해야 할까요?
저는 현재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썩어빠진 정신을 가진 자들을 일단 깨끗하게 정리해서 다시금 도약하는 한국을 만들어 줄 사람을 원합니다.
저는 안철수에게 그 역할을 기대했었죠.
하지만 안철수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니 구한말 한민족의 운명을 멸망으로 이끌었던 동도서기론처럼 핵심을 손대지 않은 채 개혁의 겉햝기만 하지 않을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개혁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쌓여서 비실비실되던 국가가 한방의 혁명으로 새로운 국가가 세워져 문제의 원인이 되는 요소가 정리되자마자 전성기를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은 한민족 5천년 역사에서도 수 없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시절 혁명은 무력으로 했지만 지금의 혁명은 투표로 할 수 있겠죠.
이번에 새로 뽑힐 지도자는 타협하지 않고 문제의 근본에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