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퍼온 글인데, 언론 조사에 관해 비판하고 있어 올립니다.
균형있는 시각을 가지게 해주는 글이네요.
KBS가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1위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소위 전문가 여론조사라는 것의 결과란다. 한국기자협회 조사에서도 대한민국 기자들은 KBS를 영향력 1위 언론사로 꼽았다. 매년 이 조사결과가 나오면 보도기관들은 단순 전달식의 보도를 하곤 한다. 물론 '1등'을 한 보도기관들은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부각한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시사저널>의 조사는 전문가들이 한다고 한다. 행정관료, 교수, 언론인, 법조인, 정치인, 기업인, 금융인, 사회단체인, 문화예술인, 종교인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를 각 100명씩 선정하여 7월18~26일간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면접조사를 했다고 한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대부분 보수적인 인사들이 선발되게 되어 있다. 전문가라는 것도 함정이다. 예를 들어 행정관료나 기업인이 언론사의 신뢰도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인가? 심지어 언론학 교수나 언론인도 객관적인 평가자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방법론에서 보더라도 리스트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샘플의 대표성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결국 보수적인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평가하다보니 보수적인 언론사를 선호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영향력이 어떤 영향력인지에 대한 해석도 없다. 사실은 이게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데도 말이다. <시사저널> 조사의 언론사 영향력 순위는 KBS(60.7%), 조선일보(48.5%), MBC(42.0%), 네이버(23.3%), 중앙일보(13.1%), 동아일보(11.4%), SBS(11.0%), 다음(10.3%), 한겨레신문(9.4%), 경향신문(4.5%)의 순이었다.
이 수치가 무엇인지도 정체불명이다. 그저 영향력 수치란다. 영향력을 의미하는 것이니 그렇게 알라는 식이다. 표시는 백분율인
데 백분율이 아니다. 차라리 5점 척도로 조사하는 게 방법론으로는 그나마 신뢰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방송3사의 백분율 합계가 113.7%가 되고, 5개 신문사의 합계가 86.9%다. 조중동의 합은 73.0%다. 시장점유율로 보았을 때 조선과 한겨레, 경향은 과장되었지만, 신문사의 백분율은 얼추 들어맞는다. 그러나 방송사는 3사만으로 100%를 초과했다. 이게 뭔가? 복수로 선택하게 했다는 것인데 설명이 없다.
중요한 것은 보수적인 인사들을 전문가라고 하여 모아놓고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를 꼽으라 하고, 그 결과를 마치 객관적인 평가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데 있다. 순위 매기기를 떠나 KBS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은 매체의 성격상 당연하다. 잘해서가 아니다. 관건은 그 영향력을 올바로 행사했느냐에 있다. 왜 이 문제는 조사는 하지 않는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에서도 KBS가 26.0%로 1위를 기록했고 MBC(24.9%), 조선일보(13.9%), 동아일보(7.4%), 중앙일보(6.7%), SBS(5.8%)가 10위권에 들었다. 한겨레는 25.4%로 2위, 경향신문은 20.5%로 4위를 기록했다. 이 숫자들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갖는가? KBS는 MBC보다 신뢰할 수 있으며, 동아일보는 중앙일보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매체인가?
KBS는 도청사건 하나만 하더라도 언론사 간판을 내려야 한다. 영국에서는 영리적 목적으로 선정적인 기사를 위해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 신문사(News of the World)가 폐간되었는데, KBS는 정치적 목적으로 야당의 대표실을 도청했다.
수사중이라고 하지만,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회피하는 등 모든 정황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영향력도 1등이고 신뢰도도 1등이라니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이 조사는 믿을 수 없다. 차제에 1989년 창간 이후 매년 23년째 해오고 있다는 이 조사의 신뢰도부터 점검해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기자협회 기자 여론조사>
기자들도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사'로 KBS(31.6%)를 꼽았다. 한국기자협회 조사결과다. 조선일보(29.5%), MBC(13.8%), 연합뉴스(3.0%)가 뒤를 이었다. 기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는 한겨레(19.2%), KBS(11.7%), 경향(11.6%), MBC(8.3%), 조선(4.5%)의 순이었다. '창립 47주년 기자 여론조사'로 전국 현역 기자 4백1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28일 벌인 여론조사 결과다.
기자들이 KBS를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사 1위로,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 2위로 꼽았다는 것은 대한민국 기자들의 의식상태를 말해준다. 숫한 편파·왜곡보도와 도청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백선엽을 출연시켜 자화자찬하게 만들어 역사를 왜곡하고, 4·19혁명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승만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작태를 벌이고 있는 시점이다. 그나마 한겨레를 신뢰도 1위로 올려놓은 것에 만족해야 하나? 아니다. KBS와 MBC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20%에 달한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해야 한다.
<시사저널>은 이제 그 얼토당토않은 조사를 그만두든지, 평가자집단을 재구성하고 방법론을 과학적으로 전환하여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 언론사들도 이 조사를 입맛에 맞게 이용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똑같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순위를 매기는 가요 프로그램이 사라졌듯이 이런 조사도 그만둘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