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의 목적은 근로자의 휴식과 여가시간을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취지가 있다. 한 사람이 긴 시간 하던 일을 여러 사람이 짧은 시간 나눠서 하면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고용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택했던 정책이기도 하다.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할까.
프랑스는 1982년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에서 39시간으로 줄였다. 경제학자 브뤼노 크레폰과 프랜시스 크라마르츠는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던 근로자들이 40시간 미만 일하던 근로자들보다 일자리를 많이 잃었다.
프랑스는 2000년 법정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더 줄였다. 마르셀로 에스테바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와 필리파 사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강사는 35시간 근무제의 영향을 연구했다. 부업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줄어든 근로시간에 돈을 더 벌기 위해 ‘투잡’을 뛴 것이다. 대기업 직원들이 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사례도 많았다. 노동시장 내 이동은 많았지만 총고용을 늘리는 효과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성공한 사례로 독일이 많이 거론된다. 하지만 독일 역시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는 일자리를 늘리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제니퍼 헌트 미국 럿거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1984~1994년 독일 노동시장을 연구해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마틴 앤드루스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와 토르스텐 쉥크 독일 요하네스구텐베르크대 교수의 1993~1999년 독일 사례 연구에서도 일부 소규모 공장을 제외하고는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퀘벡주와 포르투갈의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연구에서도 일자리가 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유는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기업으로서는 줄어든 시간만큼 임금을 깍고 다른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줄어든 시간만큼 인금을 깍기 힘들었고, 임금뿐 아니라 4대보험같은 사회보장비용이 또 발생해서 고용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리고 그대신에 자동화기기를 확충하여 부족해진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매꾸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