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파의 본거지는 명실공히 강남이다.
대구경북은 몽빵 하는 하수인에 불과할 뿐 그 상전은 강남이다.
강남 개발의 초기 역사는 유하 감독의 <강남, 1970>이라는 영화에 드라마틱하게 묘사되어 있다.
강남 개발을 통해 박정희와 중앙정보부가 엄청난 정치 자금을 챙겼다는 게 유력한 가설이지만
그 부스러기를 먹고 강남 졸부들이 우후죽순으로 솟아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1970년대 강남 졸부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영문판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는 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그 연유는 이러하다.
졸부들이 고급 주택이나 대형 아파트에 살게 되었는데
넓은 응접실을 멋지게 인테리어할 수요가 창출되었다.
그중 일부가 주목한 것은 서가를 장식할 금박 장정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이었다.
그래서 뜬금없이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수입상이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을 읽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장식품으로서의 효능만 챙겼을 뿐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차피 읽지도 않을 장식물이니까 콘텐츠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에 주목한 기발한 장사꾼들이 있었으니
껍데기만 카피한 모조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을 발명해 장사를 하는 묘수를 찾아내었던 거다.
소비자의 욕구도 만족시키고 외화도 절약하였으니 정말 탁월한 묘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알맹이 없는 껍데기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이 졸부들의 응접실을 장식하는
역사상 보기 드문 사건이 일어났다.
강남 졸부들의 실체는 결국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화려한 속물들이고
이것이 오늘날 오블리제는 없이 사익만 챙기기 바쁜
강남 우파의 역사적 뿌리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