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7시는 과학이다’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그럼요. 많이 들어봤죠. ‘까보전’(까고 보면 전라도라는 뜻), ‘7시’(호남이 서남쪽에 있어서 나온 말)….”
― 그럼 무엇 때문입니까.
“이런 얘기하기는 뭐한데, 호남 사람들은 워낙 오랫동안 소외(疏外)되어서 그런지 중앙권력, 상징에 대해 약해요. 호남이 노무현에게 처음 손을 내민 것도 고립(孤立)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호남 출신이라는 게 거의 천형(天刑)과 비슷하지 않았습니까. 한번 딱지가 붙으면 떼기 어려운…. 그런 역사적 경험이 축적되어서인지 외부의 탄압에 대해서는 내성(耐性)이 강해요. 반면에 고립이나 인간적 모욕에 대해서는 상당히 민감한 편이에요.”
― 흔히 호남 차별이 박정희(朴正熙) 정권 시절부터 시작됐다고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호남 사람들은 뒤통수를 잘 때린다’는 둥, 호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예민한 얘기인데, 솔직히 호남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그런 성향이 있다고 봅니다.”
― 그게 지역성의 문제일까요? 다른 지역 사람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은 있지요.
“저도 들은 얘기인데, 호남에 대해 평하는 말 중에 ‘한국의 한국(Korea of Korea)’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게 장점이든 단점이든 한국인이 갖고 있는 특성을 호남 사람들이 특히 집약적(集約的)으로 갖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외국, 특히 일/본 같은 데서 한국인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실은 한국 내에서 호남 사람들에 대한 평가와 비슷합니다.”
― 짐작이 갑니다.
“거짓말 잘 하고, 뒤통수 잘 치고…. 반면에 한국인의 장점도 호남 사람들이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눈치 빠르고, 적응력 강하고…. 그러니 전국에 퍼져서도 정체성(正體性)을 유지하며 살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한국인의 특성이 다른 지역에서는 변한 반면, 호남에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에서 비판하는 호남 사람들의 특질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뭔지 아세요?”
― 전근대성(前近代性)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전근대성·반(反)시장성입니다. 예컨대 호남 사람들이 뒤통수치고 약속을 잘 안 지킨다고 하는데, 그건 시장질서가 체화(體化)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지역은 비교적 빨리 근대화(近代化)의 세례를 받아서 바뀌었지만, 호남은 안 바뀌고 있는 거예요.”
― 과거에는 호남의 소외, 호남 비하가 문제였지만, ‘일베’(‘극우’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준말) 같은 데서는 5·18 유공자 문제 등에 대해 ‘호남 특혜’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베’가 우리나라 우파의 성감대(性感帶) 내지는 코어(core), 하트(heart)라고 봅니다. 원래 제가 직장 그만두고 지역평등연대를 만든 것도 일베와 싸우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일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옳은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 ‘요즘은 많이 망가졌지만 초기에는 그랬다’고들 하지요.
“일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루저(loser)’라는 말을 저는 절대로 믿지 않습니다. 고급 엘리트들이 거기서 글을 많이 썼다고 생각합니다. 일베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만 잡는다면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