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된 글은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 글을 보고 DJ나 노무현을 빗대어 꼬투리 잡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햇볕 정책은 기본인식으로 다음을 깔고 접근합니다.
1.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잘 살고 있다.
2. 남북한은 근본적으로 통일되어야만 한다.
3. 흡수/무력 통일시 남한이 감당해야 할 통일비용은 수치 측정조차 되지 않는다.
4. 따라서 평화 통일로 가야 한다.
이런 4가지 인식에 의거해서 햇볕정책이 이루어진 겁니다. 무력/흡수통일로 가겠다라고 각오한다면 햇볕정책은 정말 쓸모없는 정책입니다. 무력/흡수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니까요. 햇볕 정책은 이 정책을 비난하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북한의 밥줄입니다. (이것이 군부의 밥줄이든 북한내 국민들의 밥줄이든 말이죠) 이 정도는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볕 정책은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왜냐구요?
햇볕정책이 있음으로 인해서 기대한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북한내 남한 자본의 증가
2. 북한내 친한파(혹은 온건파)의 자생 여건 조성
3. 거의 무대가적인 지원으로 인해 조성되는 한반도내 평화 기운
4. +a로 굶주리는 국민들에게 지원하는 기능.
4번은 솔직히 있으나 마나한 상황입니다. 가급적 4번까지 가도록 노력해야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어찌됐건간에 서로는 적국 아닙니까. 적국이 자국내 국민들을 챙긴다고 하면 상당히 언짢겠죠. (대한민국 정부가 NGO는 아니잖습니까. NGO들도 북한내 마음대로 출입국을 못하는 상황인데.) 북한의 국민들에게 가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 라고 말한다면 안그래도 존심 쎈 북한의 입장에서는 내정 간섭이라는 반발심이 즉각 튀어나올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조항을 붙인다면 그것은 북한과 한 판 붙자라는 의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이명박의 그랜드 바겐을 거절한 이유입니다.)
햇볕정책은 사실 어마어마한 정책입니다. DJ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당시만 하더라도 돈 주고 샀다느니 비판이 많았지만 햇볕 정책으로 인해서 그동안 경색 국면이었던 남북한 관계가 평화 모드로 조성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노무현 시절이후 최초로 북한에서 먼저 '휴전 -> 정전'으로 가자는 제의를 했습니다.)
경색 국면으로 가던 상황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과거 6.25전쟁 이후 DJ때까지가 죽 반공이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무엇이었습니까? 근 50년 가까이 경색 국면을 통해서 전쟁 모드를 조성해서 얻은 결론은? 서로 치열한 대립밖에 없었습니다.
햇볕정책은 이 부분에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만약 더 탁월한 정책이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북한의 핵심을 꿰뚫은 것이지요. 북한은 체제를 극도로 소중히 하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너희들을 쳐부수겠어!" 라고 한다면 북한은 "아, 제길. 내가 먼저 칠테다!" 이러면서 반발하는 나라지요. 맞습니다, 세계의 깡패입니다. 여기서 고민해야 합니다. 서로 대결해봤자 오는 것은 피바람밖에 없습니다. DJ가 집권하기 이전까지 동해를 통한 무장공비 남파 사건은 어린 제 기억속에도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하루하루 뉴스를 틀면 매일같이 지리산에서 누가 죽었고 군인 누가 죽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총성이 울리고 있습니다 하면서 리포터가 방송하곤 했습니다.
DJ이후에는? 99년 1차 연평해전과 02년 2차 연평해전을 언급하곤 합니다만, 이 사건은 앞의 사건과 궤를 달리 합니다. NLL무력화 의도야 전부터 있었던거고, 북한 내에서도 국경선 내의 우발적인 사고라고 입장을 표명하곤 했습니다. (북한이 부인하는 사건은 아웅산, KAL, 천안함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합시다.) 김신조 일파 사건도 북한이 시인했고, 동해를 통한 무장공비 사건도 모두 시인한 북한이 왜 하필 그때는 우발적이었다고 했을까요?
"돈 못받을지도 모르니까!" 맞습니다. 돈 못받을지도 모르니까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지요. 물론 이때 집권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도 있습니다만(교전 축소), 그 전의 사건들과 궤를 달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진짜로 우발적이었을 수도 있겠죠. (반공/빨갱이를 외치는 분들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가정이겠지만)
그래서 결과론적으로는? 그 이전에 비해서 훨씬 평화로운 시기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겁니다. 쌀로 평화를 준 것이 비겁한 평화라구요? 글쎄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쟁만은 절대로 안된다며 극도로 반대하시는 분들이 정작 햇볕 정책에 찬성하는 모습을 본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의 대북 정책이 좋다고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전쟁만은 절대로 안된다고 하던데, 이 분들은 그러면 햇볕 정책을 찬양하는겁니까, 싫어하는 겁니까?
햇볕 정책 이남에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햇볕 정책 기본 전제에는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산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일종의 보은입니다. 더 잘살기 위해서는 더 힘이 쎄야 합니다. 따라서 내실로는 국방력을 강화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통한 햇볕 정책... 이것이 햇볕 정책의 기본입니다.
햇볕 정책의 성과가 없었느냐? 아닙니다. 성과는 분명 있습니다. 분단된 지 50여년이 훨씬 지나고 나서 처음으로 이산가족간에 상봉이 일어났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습니다. 개성 공단이 개발되었습니다. 남북한간 정상 회담이 이루어지고 평화 통일에 대한 논의가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시작되었습니다.
이 모든 성과를 무시하는 겁니까? 50년이 넘도록 폐쇄적인 국가에서 하루 아침에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북한은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변하고 있는 겁니다. 김정일이 진심으로 통일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미 개성공단은 북한의 주요 밥벌이 수단이 되었습니다. 개성공단이 점점 커져서 북한이 개성공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면, 우리가 개성공단을 빼겠다고 엄포만 놔도 북한은 우리에게 함부로 하지 못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어쩌면 남포항을 비롯해서 수 많은 항구에 대한 개방도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현재 중국이 거의 차지하다시피 한 북한내 항구들도 중국 자본에 의해 잠식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이후 햇볕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자마자 중국에 항구를 거의 무기한으로 대여해줬습니다. 이 사실은? 통일 이후에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는 겁니다. 북한을 흡수/무력 통일했다고 해서 북한 정권의 계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구소련이 멸망하고 러시아가 나왔다고 해서 러시아가 구소련의 빚을 청산했던 것이 아닌 것 처럼 말입니다.
이미 햇볕정책을 되살리기엔 늦었습니다. 사실 이런 논의를 해서 무엇하겠냐만은, 이명박 정부의 저 뻔뻔스런 대국민 담화를 보자니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3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이제와서 햇볕정책을 탓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딴 정부에게 내 목숨을 맡기고 있다는것이 너무 한탄스러워졌습니다. 또한 그 말에 휘둘려 대책없이 햇볕정책만 비난하는 분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설명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햇볕 정책을 폐기하고 싶으면 그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으면 됩니다. 정동영이 말했죠. DJ, 노무현의 햇볕 정책을 잇기 싫으면 전두환의 철저한 반공정신만이라도 이으라고. 이명박인 이도저도 안하고, 국방력에 대한 투자는 극도로 꺼리면서 말로만 반공/빨갱이를 외치고 있습니다. 한심하기 그지 없네요.
이명박 정부에게 이제 공이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내년도 국방비 예산이 증액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네요. 서해5도에 긴급 편성된 1조 4천억원은 국방예산에 포함되지 않는 추경예산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내년도 국방예산은 짜여진대로 다시 흘러가겠군요. 결국 3~4%인상률에 4대강을 포함한 SOC사업은 11%이상의 인상률을 가지겠지요. (내년도 예산안을 확인 못해서 그렇습니다만, 올해 예산안은 09년도에 비해 위에 적은 수치로 올랐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번 1조 4천억원도 국면 전환용 쇼에 불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런 대책없이 햇볕 정책일 비난한 것 처럼 말이죠.
덧붙여서,
이명박 정부에게 고한다. 햇볕 정책을 비난하려거든 조금이라도 시행해보고 비난했으면 한다. 줏대없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닌 것은 전 정부 탓이 아니라 현 정부 탓이다. 그랜드바겐이라는 얼토당토않는 주장을 펼친채(당시 언론들도 회의적인 입장, 미국도 거부) 햇볕 정책을 거부했으면서도(신뢰관계 상실) 지원한 것은 자기 마음대로 지원해 놓고서 뭐? 이제와서 햇볕정책과 결별?
웃기지도 않는다. 대북 정책에 있어서 무원칙의 대가가 말하는 헛소리치고는 조금 강렬하긴 하다만 햇볕정책과 고하려면 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갖춰라. 고작 갖춘다는게 한미동맹 강화 이딴 헛소리 말고.
역사를 돌이켜보건데 우리나라의 국방력을 타국에게 맡기고 흥한 나라는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더이상 무원칙적인 대북정책을 쓰지 않았으면 한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북핵에 대해서 한번 더 적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