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정체성은 그 국가를 지탱하는 이념을 말함요. 이 이념이라는 것이 그냥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철학적 이론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임요. 그래서 고려의 경우 불교와 유교를 바탕으로 한 문벌귀족 국가이며, 조선의 경우에는 유교와 사대부의 국가였다고 말할 수 있슴요.
지금 우리들이 국가 정체성에 대해서 말할 때 항상 너무 가볍게 '종북'이냐 아니냐로 쉽게 말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슴요. 다시 말해서, 반공이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작용을 하는 것인데, 사실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은 공화국, 즉 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은 말 안 해도 알 것임요. 이러한 '민주주의' 국가 정체성을 따질 때 북한은 당연히 반민주 국가, 즉 독재국가이므로 우리의 정체성과는 반대가 되는 것임요. 하지만 이런 당연하고, 포괄적이고, 직선적이며, 명쾌한 것을 바로 말하지 못하는 무리들이 있슴요. 이렇게 밑에 깔려 있는 내포적 의미를 말함으로써 잃게 되는 것들이 두려운 것이라고 생각함요. 그래서 반공만 그렇게 부르짖나 봄요.
정체성이란 존재의 본질에 대한 이해임요. 쉽게 풀자면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이해라는 것임요. 대한민국이 반공을 정체성으로 가진다면, 공산당(북한)이 사라질 경우 그 존재의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임요. 그래서 반공은 안보관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정체성으로 이해될 성질이 아니라는 것임요.
사실 이건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굉장히 슬픈 일이기도 함요. 과거를 사죄하고 과거로부터의 잘못된 인연을 끓고 앞을 향해서 나갈 용기가 없는 것인지, 잃는 것이 많아 두려운 것인지 여는 잘 모르겠슴요. 중요한 것은 국가 정체성의 가장 바탕이 되는 이념적 토대를 고작 반공이라는 '때려잡자 공산당'식의 감성적 레토릭으로 승화시켜서 한 국가의 정체성을 아주 저렴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임요. 그러다 보니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민주주의 자체를 폄하 또는 폄훼하는 것도 많이 봄요. 반공은 민주주의 내에서 포괄되어야 할 문제이지 그것 자체가 정체성이 될 수는 없슴요. 이게 앞으로 계속 우리들이 짊어 지고 갈 무겁고 부담스러운 짐임요.
더 쓸까 하다가 여기서 줄이겠슴요.
부탁함요. 외국 나가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반공이라고 하지 마셈요. 오늘 정치방에서 재밌게 놀다 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