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놈이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어디 한번 정신나간놈의 헛소리 한번 경청해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정신나간 놈의 헛소리이니만큼 보기 싫으면 뒤로 살포시 누르셔도 됩니다. 학원 갔다 오니까 황당하기 그지 없는 문장들이 적혀 있네요.
먼저 밝힐 부분이 있습니다만, 저는 단 한번도 이승만이 대단한 인물이고 칭송받아 마땅한 위대한 인물이라는 식으로 말한 적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승만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입장도 아닙니다. 그건 제 글을 잘 읽어보시면 제가 분명히 적어두었음을 살펴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에 대해서 긍정적인 면을 보고자 하는 이유는, 이승만의 일생에서 후반부는 부정적인 면이 상당했을지라도 이승만으로 인해서 대한민국이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치 진실이 밝혀진 양 적힌 글 중에 "이승만이 김구 선생을 죽였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명백한 허위 사실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주장에 불과합니다. 안두희가 실행했고 김지웅이 그를 지시했다고까지는 밝혀졌으나 그 윗선까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한독당이라는 곳에서 김지웅이 단독으로 일을 꾸몄는지, 아니면 그 윗선에서 연이 닿아 김지웅을 통해 안두희까지 갔는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인데 무엇을 근거로 이승만이 김구를 죽였다고 말하는 겁니까? 이런 주장이 나오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정황상 이승만이 죽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진실은 아직도 역사속에 묻혀 있는 사건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주장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사관이 땅에 떨어지다 못해 지하로 추락했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의 역사관이라는 것이 소설을 근거로 들어 주장을 하시나요.. 글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었던 점이 다빈치코드를 보면서 이건 진짜 사실이야, 라고 말할 것 같은 기세인지라 할 말을 잃었습니다. 사실을 근거하여 소설을 적었겠지만 그 사실이 100% 사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요. 왜요,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고 "선덕여왕은 사실 숨겨진 딸이었고, 어릴때는 그 신분도 몰랐었지. 그러다가 남장해서 화랑에 겨우 들어갔고 나중에 신분을 알게 된 뒤에 여왕이 된거야. 그 와중에 미실이라는 여인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었지." 라고 주장하시지 그러세요?
물론, 당시의 한반도 정세가 기회주의자들에 의해서 탄생되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친일파가 살기 위해 미국에 꼬리를 흔들었다는 사실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세웠다는 것을 부정하시나요?
당시에 38선 이남에서는 두개의 선택지가 존재했습니다. 이승만을 필두로 하는 남한만의 단독정부냐, 아니면 김구가 주장하는대로 남북한이 공동으로 투표하여 한반도 단일정부를 이루느냐. 이승만은 김일성이 절대 기득권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남한만이라도 단독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구는 민족이 양분되는 현상은 있을 수 없다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단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누구나 다 김구 선생님이 옳다고 말할 것 입니다만, 조금만 역사를 공부하셨다면 김구 선생님이 김일성을 설득하기 위해 북한에 건너갔다가 어떤 수모를 당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김일성은 김구를 불러 들여서 회담하는 척 하고는 북한 내부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합니다.
"김구가 나와 대화하기 위하여 북한에 넘어왔다. 이는 김구가 북한의 수장으로 나를 인정한 꼴이다" 라고 말입니다. 결국 김구는 북한에 이용만 당하고 아무런 실익도 챙기지 못한 채 남한으로 넘어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승만은 이 와중에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김구는 후보에 불출마를 하게 됩니다. 만약 김구가 후보로 나왔다면 대한민국의 역사가 어떤 식으로 움직였을지 상상조차 안됩니다만, 역사적 현실은 김구 불출마, 이승만 출마로 결국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은 이승만이 되고 맙니다.
제가 이승만에게 부여하고자 하는 역사적 의의는 여기까지 입니다. 미국의 꼬봉노릇을 했든, 친일파를 숙청하지 못했듯 당시의 아마추어리즘이 가득한 정부로서는 여기까지가 한계인겁니다. 김구가 임시정부의 적통성을 인정 받았다? 웃기지 마십시오. 헌법에서는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는 했으나 김구를 계승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사회로서 국민에게 표를 얻어 당선된 대통령만이 유일하세 합법성과 정당성을 지니는 것입니다. 엘리트주의론적인 시각에서 만들어진 임시정부는 조선 이후 대한민국까지의 과도기 과정을 거치는 일종의 통과과정일 뿐 그 이상의 의의를 지니진 못합니다. 임시정부가 가지는 의의는 거기까지 입니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적통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반도 마지막 정부였던 조선을 이음으로써 한반도는 대한민국이 적자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임시정부를 끼어 맞춘 것 일 뿐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물어봅시다. 이승만이 친일파를 정부 요직에 박았다고 말했는데, 이승만은 친미파라면 친미파였지 친일파는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친일파를 요직에 심을 수 밖에 없었을까요? 여기까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으셨겠지요. 그러고서 무슨 논리를 주장한단 말입니까. 이승만은 대한민국 최초로 하버드에서 졸업한 후 미국 정부의 편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힘써온 나름 요직에 있던 인물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서로 2차대전을 붙으면서 치열하게 한 판 붙었고, 적대적 관계였습니다. 더군다나 이승만역시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미국과의 치열한 외교전을 펼친 인물입니다. 그 어떤 업적이 없었다면 도대체 어떻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됐을거라고 보십니까?
한가지 더 물어봅시다. 김구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친일파를 모조리 숙청하고 깨끗한 정치로 돌아갔을거라고 보십니까? 제가 보기엔 말도 안되는 망상에 불과합니다. 당시의 남한에서는 친일파를 끼워넣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잘 아는 친일파가 교묘히 이용한 것입니다.
당시의 정부는 아마추어리즘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행정적으로 조금만 공부를 하신 분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이승만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친미파 인물이 어째서 법전을 만들 때 영미국가의 전통적인 불문법을 만들지 않고 독일/일본의 대륙법(성문법)을 사용했을 거라고 보십니까? 당시의 남한정부에서는 친일파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라를 운영할 어떠한 제반 여건도 없었다는 겁니다.
북한과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북한은 당시 소련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자금과 무기를 지원 받고, 김일성은 체제 존속보다는 군비 확장에 더 신경을 쓰니까요. 김일성이 체제정비에 힘을 쓰는 것은 휴전 후 상황입니다. 물론 전쟁 전에 군비를 마련하기 위해 친일파의 재산을 몰수하는 등의 업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 뿐입니다. 그 이전에는 북한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우리식 주체사상이라는 것도 휴전이후라는 것이죠. 그 전까지는 그냥 한반도를 공산화시키겠다는 일념뿐이었으니까요.
반면 이승만이 주체가 된 한반도 정부는 조금 이야기가 다릅니다. 아마추어리즘이 극에 달한 정부가 할 수 있는 상황은 뻔합니다. 당시 미국이 애치슨라인을 그은 것을 모두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한반도는 안전할 것이다, 미국이 도와주는 것은 일본까지다.. 대충 이 정도의 의의를 가집니다만, 이는 군사적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모든 면에 다 포함됩니다. 3년간의 신탁통치가 사라진 뒤 미국은 한반도에서 아주 손을 뗀 것입니다. 이때 이승만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많이 배우고 많이 아는 친일파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법전이 영미식의 불문법이 아닌 대륙법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라고 하지만 국무총리를 세우는 내각책임제적인 요소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웃기지 않습니까? 총리는 내각책임제적인 요소를 가진 영국이나 일본이 시행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에 총리가 있다고 보십니까?
김구가 했다면 달랐을거야, 말도 안됩니다. 역사에 if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혼자 소설을 쓰단 망상을 하든 그것은 자유입니다만 그 망상이나 소설을 남에게 강요하지 마십시오. 현재 역사가 중요한 겁니다. 결론적으로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세운 것입니다. 이승만이 가지는 의의는 그것입니다.
친일파를 중용했든 하지 않았든 이승만은 대한민국을 만든 것입니다. 이승만이 미국의 힘을 빌어서 신탁통치를 했고, 이후 정부 내각을 꾸몄으며, 체제를 정비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후 독재를 했고 무능했고 부패했다는 것은 비판받고 비난받아야 할 일입니다만, 한반도 내에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의의를 가질 인물이라는 겁니다.
누가 역사적 견해가 뒤떨어지고 부족한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 대한민국은 김구보다는 이승만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수립됐다고 보는것이 더 타당하고 합리적입니다. 이승만의 업적을 부정하겠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승만 이후에 장면정부가 들어서고 박정희가 들어서고 여러번의 헌법개정을 거쳤습니다만, 결국 이승만 정부때 세워진 그 법칙대로 흘러오고 있습니다.
이승만을 비판하든 옹호하든 그것은 자유입니다만, 무조건 한쪽이 옳고 그르다는 생각을 버리시길 바랍니다. 역사에 옳고 그른 것은 없습니다. 단지 사실만이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