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서 큰 화재가 났다. 대부분의 기물이 탔는데 한국산 금고만은 멀쩡한 채로 발견됐다. 이 사건 이후 한국산 금고는 동남아 시장에서 불티난 듯 팔렸다. 금고로 쌓은 한국산 보안제품에 대한 신뢰는 지문·얼굴·홍채인식 등 첨단기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관공서뿐 아니라 일반기업도 한국산 보안기기를 잇따라 채택했다.
동남아·중동·남미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한국산 첨단 보안기기 붐이 일었다.
품질 및 기술력 수준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 제품과 비슷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내수 보안기기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신흥국 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보안솔루션기업 슈프리마는 수출 비중이 지난해 70%에서 올해 80%로 늘었다.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가 확대되면서 수출 물량이 급증한 덕분이다.
이 업체는 반조립 상태인 모듈뿐 아니라 출입보안, 근태관리 단말기·라이브 스캐너 등 세트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해외 고객을 확보했다. 지문인식 제품에 이어 최근에는 얼굴인식 보안기기도 개발했다. 처음 수출한 곳이 남미의 신흥국 에콰도르여서 이목을 끌었다.
올해 슈프리마는 신흥국 수출 확대로 지난해보다 20~30% 성장한 600억원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안 벤처기업인 글로벌아이락은 올 하반기 안에 러시아에 홍채인식 모듈 1600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러시아 업체는 글로벌아이락으로부터 공급받은 홍채인식 모듈에 디스플레이 및 외장 케이스를 부착해 현지 시장에 판매하기로 했다. 글로벌아이락은 중동·브라질 업체와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추가 공급계약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채인식기기는 국내 시장에서조차 생소한 제품이지만, 오히려 신흥국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엠씨넥스는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에 MP3·전자시계·전자약자 등의 기능을 첨가한 MVR를 내달부터 베트남에 공급한다. 올해 2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국내에서도 상용화되지 않은 제품이 베트남 시장에 먼저 판매됐다. 최근 한국 보안제품 이미지가 좋아졌고, 멀티미디어 기능을 첨가한 덕분이다. 화질 및 화각 성능이 기존 제품보다 뛰어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민동욱 엠씨넥스 사장은 “금융업이 덜 발달한 나라일수록 현금을 집에 보관하기 때문에 첨단 보안제품에 관심이 많다”면서 “한국산 보안제품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동남아·남미·중동 바이어들의 구입 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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