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조기전대 VS 전대연기론 ‘팽팽’… 김종인 체제 운명?”
“김종인 체제 기로에… 전대 결판 초읽기”
“더민주 ‘전대 연기론’ 힘 잃나… 거세지는 ‘김종인 흔들기’”
“더민주, 전대 연기론 반대 많아… 김종인 흔들기 본격화”
5월3일 더불어민주당의 20대 국회 당선자-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앞두고 쏟아진 정치 기사 제목들이다. 연석회의를 계기로 더민주의 내부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는 전망의 기사들이다. 언론 보도만 보면 더민주가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김종인 대표 체제를 유지하자는 쪽과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 체제를 전환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일대격전을 벌일 기세였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곧 무색해졌다. 연석회의는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끝났고 당선자들과 당무위원들은 만장일치로 8월 말 9월 초에 전당대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친노-비노 계파갈등으로 몰고 가던 언론은 머쓱해졌다.
1단계, 워딩을 구하라
정치 기사의 중심에는 말, 즉 ‘워딩’이 있다. 뉴스 소비자가 접하는 정치 기사의 대부분은 워딩으로 구성돼 있다. 김종인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A라고 말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B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정치 기사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대다수 정치부 기자들이 하는 일도 이런 주요 정치인들의 말, ‘워딩’을 구하는 일이다. 기자들은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 원내대표 회의실, 의원총회가 열리는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취재 대상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뻗치기’를 한다. 김종인 대표가 칩거에 들어가면 김 대표의 자택 앞에서, 김무성 대표가 부산 영도로 내려가면 영도로 내려가 ‘뻗치기’를 한다. 기자들은 ‘풀단’을 구성해 정치인의 워딩을 공유하고 자신이 가지 못한 현장에 있던 다른 기자들에게 워딩을 달라고 부탁한다.
2단계, 이제 해석하라
정치인이나 정치세력 뿐 아니라 언론 자신도 의도를 가지고 워딩을 마사지한다. 더민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둔 5월2일 경선에 출마한 이상민 의원이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인터뷰를 했다. 이 의원은 ‘친문’(친문재인)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직적인 묻지마 몰표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두고 뉴시스 등 몇몇 언론은 이 의원이 “친노·친문 진영의 특정 후보 지원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친문의 등장’이라는 계파 정치의 관점에서 더민주 원내대표 경선을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이상민 의원은 해당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와 가까운 홍영표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뜻도 당이 계파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되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본인이 많이 하고 싶지만 양보하겠다 이런 큰 뜻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의원의 말은 맥락상 계파정치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에 가깝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원내대표 경선을 ‘친노친문 vs 반노반문’의 구도로 보는 건 과거식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3단계, 논쟁을 생중계하라
기자들은 정치인이 쏟아낸 말이나 자신들이 해석한 말을 다른 정치인에게 묻는다. 정동영 의원이 SNS에 김종인 대표가 들어온 이후 더민주가 우경화됐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 기자들은 시장에 방문한 김 대표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그러면 김 대표는 “심심하니까 글 한 번 쓰는 것이겠지”라고 받아친다.
국민의당은 “예의를 지키라”며 논평을 낸다. 마침 예정된 김종인 대표와 기자들과 오찬 자리, 기자들은 김 대표에게 “예의를 지키라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김 대표는 “예의는 무슨 놈의 예의”라며 받아친다. 이 발언 하나 하나가 모두 기사화된다. 정쟁 기사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일각에서는”이라는 기사의 숨겨진 주어는 언론
이처럼 언론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서 현실을 구성한다. 김종인 대표가 합의추대를 말한 적이 없어도 언론이 “합의추대론을 두고 공방이 있다”고 말하면 더민주는 회의를 열어 합의추대론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한다.
정치 기사를 읽다보면 다음과 같은 식의 표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계파 갈등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은 어디이고, 그런 우려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계파갈등의 조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누가 가능하다고 말한 걸까. 주어 없는 해석과 평가, 우려, 전망의 숨겨진 주어는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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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들의 여론 몰이 상투 수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