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국내언론에 세게 엠바고를 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계획이 당일 곧바로 일본정부에 알려지고 일본언론이 10일 0시10분부터 보도하자, 한국내에 일본 프락치가 드글드글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오후 3시께 춘추관을 찾아 이명박 대통령의 울릉도-독도방문 계획을 전하며 10일 오후 6시까지 엠바고를 걸었다.
박 대변인은 이 과정에 출입기자단에 엠바고가 깨질 경우 강력한 징계가 내려질 것이고 경고했다. 기사 뿐 아니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알리거나 청와대에 출입하지 않는 다른 매체에 관련 사실을 알려준 것이 드러나도 같은 수준의 징계를 내릴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일본언론에도 결코 알려줘선 안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이날 저녁부터 주한 일본대사관 측과 서울 주재 일본 특파원들이 관계부처에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다는 게 사실이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10일 0시10분 일본의 <지지통신>을 시작으로 <후지TV><요미우리> 신문이 같은 시간대에 '복수의 한일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계획을 긴급 뉴스로 전하며, 일본정부가 9일 외교루트를 통해 한국측에 독도 방문 중단을 요구했다고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10일 오전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급히 춘추관을 찾아 이미 보도가 나갔으니 엠바고 시점을 오후 6시에서 오전 10시로 변경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미 일본 방송과 조간신문 등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소식으로 도배가 된 후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 우리 정부가 9일 일본 정부에 독도 방문 사실을 사전 통보했다는 보도가 국내외에 나온 것이었다.
<연합뉴스>는 10일 "앞서 우리 정부는 9일 주한 일본대사관에 이 대통령이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 독도를 방문하고 이후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미리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이날 양국관계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전날 주한 일본대사관에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 사실을 알렸다고 소개했다. 통보 내용에는 이 대통령이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 독도를 방문하고, 이후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정보가 포함됐다는 것. <교도통신>은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일본대사가 전날 이 같은 통보를 받은 뒤 청와대를 찾아 독도방문 계획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 신문도 이날 오전 “한국 정부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사실을 주한 일본대사관 등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며 “일본 정부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계획을 철회하라고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도 도쿄발 기사에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우리 정부가 전날 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계획을 일본 정부에 공식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나라 영토를 가는데 일본에 통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강력 부인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도 "한국정부로부터의 통보는 없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일본 언론들이 마치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예정을 사전 통보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의도가 있다고 본다"면서 "일본 정부 나름대로 고육책이었을 것"이라고 일본정부의 꼼수로 규정하기도 했다.
과연 국내 언론들에게 강력 엠바고를 걸었던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과연 어디서 새나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철저한 진상조사를 호언했지만 과연 유출 루트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청와대는 또한 우리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에 사전 통보했다고 보도한 국내외 언론 등에 대해 아직 정정보도 등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본은 패전후 미국의 견제로 현재 독자적 정보기관을 갖고 있지 못하다. 대신 외무성 산하 일본대사관, 민간상사 등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일본정부가 구축한 공식·비공식 정보 네트워크는 어느 나라 정보기관 못지 않게 촘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주장대로 우리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에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국내 곳곳에도 실시간으로 대통령 동선까지 파악할 정도로 촘촘한 친일 커넥션이 구축돼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전투기가 초계비행을 하고 무장헬기와 구축함 등이 호위를 하는 요란을 떨기에 앞서, 뻥 뚫린 보안 그물망부터 수선할 생각을 해야 할 성 싶다.
[출처] : 뷰스앤뉴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89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