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제하인 1928년 태어나서 일본군국주의자들의 잔악한 통치를 받으며 열여덟이 될 때까지 살았습니다. 나는 식민지에 출생하여 식민지에서 자랐고, 식민지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나라를 잃은 슬픔과 고통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초등학교에라도 다녔어야 내가 하는 말을 이해라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나라를 잃었던 그 때만이 아니라 나라를 되찾은 오늘도 나라를 팔아 자셨다고 국민이 생각하는 오적(다섯 명의 도둑 - 이완용, 이근택, 권중현, 이지용, 박제순)은 각자 무슨 핑계나 사정이나 변명이 있겠지만, 용서 받을 수 없는 민족역사의 큰 죄인들로 국민의 멸시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갖고 있던 땅도 집도 국가가 다 몰수했습니다.

김일성이 소련의 독재자였던 스탈린과 짜고 1950년 여름, 출범한 지 2년도 채 안된 대한민국을 급습하여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고 연합군이 승리하여 백두산 꼭대기에 태극기를 세우게 된 바로 그 때 뜻하지 않았던 중공군이 덤벼들어, 그 3년 전쟁에 국토는 폐허가 되었고 국가재건을 위해 국민이 그동안 쏟은 피와 땀은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것이었는데, 6‧25가 터지던 그 해에 태어난 사람이 나이가 몇이나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6‧25를 전혀 겪지 않은 세대들의 무대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나는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를 가르쳐온 노인인지라 편협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사로잡힐 수는 없는 사람이지만, 이 새벽에 일어나 붓을 들고 글을 쓰는 이 90 노인에게 이제 남은 것은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을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노쇠하여 총이나 칼을 들고 나설 형편은 못되지만, 일제의 압제와 6‧25의 참변을 겪은 사람으로 오늘 대한민국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좌시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6‧25 때 인민군이 승리했어야 한다고 믿는 놈들이 왜 대한민국 안에서 큰소리치고 있는 겁니까?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의 김 씨 왕조를 두둔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깔보면서도, 대한민국에 사는 이들 악질분자들을 소탕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지켜나가기는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을 잃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핵위협을 정당화하면서 적화통일을 획책하는 나쁜 놈들을 그대로 두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것을 착각이라고 하는 겁니다.

“비겁한 놈아, 갈 테면 가라!” - 우리들은 목숨 걸고 대한민국을 지키렵니다. 목숨을 걸고!

2016. 9. 2.

김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