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는 공소시효가 남은 범행 기간에도 김 여사 명의의 계좌 2개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내용이 비교적 소상히 담겼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은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무슨 난데없는 피해자 놀음인가. 백번 양보해 그리 ‘당한’ 것이라면 주범으로 유죄를 받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은 꼴도 보기 싫어야 마땅하다. 그의 아들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해 대통령 아버지 뒷줄에 앉히는 예우를 한 건 무엇으로 설명할까.
김 여사의 두 계좌가 각각 13차례, 35차례 주가조작에 활용된 횟수도 판결문에 공개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단 5일간 매도하고 3일간 매수한 것이 전부입니다. 아무리 부풀려도 ‘3일 매수’를 주가조작 관여로 볼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한다. ‘3일 매수’면 결백이라니,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단 하루, 단 한 차례 거래라도 관여했으면 관여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교묘한 말장난까지 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 3일 매수 외에) 김 여사가 범죄일람표에 등장하지 않는다”며 “무고함을 밝혀주는 중요 자료”라고 주장한다. 공소시효가 지난 1차 작전 시기의 ‘등장’은 입 싹 닫고, 시효가 남은 2차 작전 시기에서도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짜고 친 거래’들이 속한 날을 줄이고 줄여 ‘매수일’만 들이댄 것이다. 급기야 “판결문 내용과 (김 여사의) 해명이 충돌하지 않습니다”라고 우긴다. 이쯤 되면 박수를 쳐줘야 한다. 멋지다, 대통령실!
어쩌자고 이런 ‘뫼비우스적 헛소리’를 나랏돈 써가며 알리는 것일까. 대통령실은 국민을 어떻게 보는 걸까. 민주당이 우습다고 국민도 우스운가. 정의당이 힘없다고 국민도 힘이 없는 줄 아는가.
차고 넘치는 정황과 증거가 있으나 수사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단 한 차례의 소환 조사도 없었다. 그 이유조차 대지 못한다. 법이 공정과 상식을 지키는 수단이 되려면 넘지 못하는 문턱은 없어야 한다. 검찰이 못하면 특검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