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솔직히 운동권이랑 거리가 멀어서 였는지
총학생회에서 대학로 가두시위를 가자고 하더라
4월이었나
90년대까지만 해도 민주화 운동이 있었다 노태우 때는 당연하고 김영삼 때만 해도 성에 안차니까 그러다 IMF 터지고 먹고 사는 문제에 치여 군대가는게 가정 형편에 도움될까 싶었던 내 위에 선배들은 군대를 신청해서 가기 시작했고 대기도 있었고 그 대기하는 시간에 알바해서 집에 보탤려고 휴학도 많이 했다 물론 있는 집 애들은어학연수네 뭐네 하기도 했지만
여튼 우리네 가두시위는 최루탄도 없었고 백골단도 없었다 그저 길을 막아 교통정체에 화난 시민들의 크락션만 울렸고 우리는 뜻모를 민중가요와 함께 산책처럼 시위를 했다
물론 그때 고학번들은 엄청 진심이었다 새내기였던 나는 대단한 이념투쟁이 아니라 그저 등록금 350만원에 내가 목청을 높여야 하나 했다 나가서 알바를 하면 한달에 150은 벌 수 있고 과외로 30정도는 받으니 그 정도면 내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근데 나이가 먹어보니 그때 열심히 한 선배 중에는 나보다 형편 좋았던 선배들도 있었다 나만 생각한다면 굳이 안해도 될 거 같지만 우리를 생각한다면 해야하는 일이었다 아마 그래서 지금 40대인 그들은 그 이후에도 등록금 현실화 정책에 많이 찬성한 것이리라
기회의 평등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평등이라 주장하는 보수들의 말에는 함정이 있다 누군가는 어학연수나 해외여행이 방학 즈음에 당연히 해야할 일이 되고 그 시간에 누군 학비를 벌어야 한다 더 형편이 나쁜 경우에는 휴학을 해서까지 돈을 모아야한다 스펙 쌓기란 빛조은 개살구가 되고 그저 버텨야 한다 그러고 나서 입사지원서에 채우는 스펙차이로 불평등을 체감한다 학점까지는 이야기 하기도 싫다
그런 걸 아들 딸 뿐만 아니라 이름 모를 동생들을 위해 내 앞에서 그렇게 목청껏 외쳤다
이제 그런 형들에게 말한다 형님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그런거 하지 맙시다 적어도 이제는 20대에게는 하지 맙시다 그들이 원하는걸 주고 그들이 원하는걸 말하게 합시다 옆에 누가 있는지 자기 옆에 사람이 어떠한 처지에 있는지 느낄 기회를 줍시다
20대 남자든 여자든 내가 보기엔 니들이 패미를 하는 것도 안티패미한다고 온세대를 증오하는 것도 자본주의와 니들이 물고 빠는 보수의 참맛을 못봐서 그런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