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석·박사 졸업생들과 귀빈들, 그리고 관련 스텝들이 1층에, 가족 관람객들은 2층 객석을 가득 메웠다. 무대를 기준으로 앞 블록에 박사수료생들이, 중간에 석사, 맨 뒤쪽에 학사생들이 자리했다.
개회식을 시작으로, 장장 3시간 동안 치러질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곧 대통령의 축사가 있었다. 축사 도중 1층 석사생들이 자리한 블록에서 일순간 어수선한 동향이 포착되었는데, 이는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해졌다. '대체 눈앞에 뭐가 지나간 거지?' 잠시 어리둥절해야만 했다.
방금 전의 일을 복기해 보니 순간 몇 마디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며 그 일대에서 움직임이 일었다. 그리곤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가 자리한 곳은 사건이 일어난 블록의 바로 위층이었으므로 자세한 동향을 살필 수는 없었다. 내 눈이 의심스러워 옆 사람의 눈까지 동원해서 확인해야만 했다. '방금 무슨 일이에요?'라며 낯선 옆 사람의 눈을 쳐다보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학생이 끌려 나갔어요."
순간 "미쳤군"이라면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러는 사이 대통령은 한순간 주춤하거나, 망설이지도 않고 축사를 읽어나갔다. 마치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듯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정말 그랬다.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국민, 그것도 빛나는 졸업식의 주인공을 개처럼 끌고 가는 장면을 그대로 두었다. 최소한 과격하게 입을 틀어막으면서 제지하는 경호원의 태도에 한마디 유감이라도 표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누구를 위한 졸업식인가 가족도 못 들어가다니 욕도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