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3일 밤 최고위원 회의에서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 업체 조사에서도 당 지지율이 저조하다는 얘기가 나오자 동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극심한 공천 갈등에 휩싸이면서 지지율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거나 외면했다. 이제서야 지지율 하락에 대한 위기감을 체감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최근 지지율 동향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회의 초반 정청래 최고 위원이 "'여론조사 꽃'에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가 곧 나오는데 서울 동작갑에서 우리가 10%포인트가량 지는 것으로 나올 것"이라고 운을 뗐다. '여론조사 꽃'은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회사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는 "진짜 진다고 나왔느냐"고 되물었고, 서영교 최고위원 등 일부 회의 참석자들도 "동작갑과 여론조사 꽃 모두 우리가 유리한 곳인데 사실이냐"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실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월 5주 차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 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40%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33%)을 7%포인트 앞섰다. 그간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던 조사 결과와 달리 국민의 힘과 민주당의 상승세와 하락세가 뚜렷하게 갈린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여론조사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저희들의 부족함에 대해서 국민이 질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중에서도 아마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공천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정 최고위원 설명과 다르게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 꽃의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민주당은 동작갑에서 42.5%를 기록해, 국민의힘(39.5%)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 최고위원 측은 "전날 최고위 직전, 전화로 조사 결과를 전달 받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며 "영등포을 지지율을 동작갑으로 전달 받았다"고 해명했다. 같은 조사에서 상황실장인 김민석 의원이 현역인 서울 영등포을은 민주당 36.2%, 국민의힘 47.4%로 10%포인트 이상 국민의힘이 앞섰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 여론조사 심의위원회와 한국갤럽, 여론조사 꽃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2024.03.04, 한국일보, 우태경 기자
앞으로는 민주당 지도부에서 조금 더 위기감을 가지고 여러모로 분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기대를 지나치게 걸면서 스스로의 문제를 경시하였던 것 같군요.
그러면서 국힘 측 연성 지지층의 재결속을 예측하지 못하였고, 민주당 연성 지지층의 동요와 이탈 가능성을 너무 무시했던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정세 오판에 빠져 근거 부족의 낙관론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지요.
아직 총선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으니 이제라도 문제를 인식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방향 전환과 외연 확장 노력을 보여줄 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앞으로도 시간이 꼭 민주당 편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대통령은 야당 편, 야당 대표는 여당 편'이라는 국힘 측 연성 지지자들의 조롱이 뼈아프게 인식 되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