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검토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통령실 일부 관계자는 "유력하게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동일 사안을 두고 일부 다른 입장이 나오면서 외부에 혼선을 준 셈이다. 일각에서는 '비선 논란'마저 제기됐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실의 공식 라인이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을 아예 몰랐고, 윤 대통령이 최근 관저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관저 정치'가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사안은 단순한 일회성 해프닝이 아닐 수 있다"면서 "일부 대통령실 인사가 공식 입장과 다른 의견을 언론에 흘리면서 혼선을 주는 일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대통령실 내부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조기 레임덕이 바깥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앉힐 수 없고, 기밀이 자꾸 새나가는 것을 꼽았다.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이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흘러나온 것을 두고 여권에서조차 인물난을 겪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팎에서 협치와 통합을 주문하지만, 힘이 떨어지는 가운데 마땅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운동장을 넓게 쓰되 '여당 안의 야당' 같은 카드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권 감사까지 했던 이회창 전 감사원장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권에 쓴소리를 자주 했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각각 총리로 발탁했던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하마평이 나온 후보군 면면을 보면, 지금 윤 대통령과 용산은 국정 쇄신의 큰 그림과 콘셉트가 부재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때처럼 민심과 괴리된 길을 걷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4월16일 만찬 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받았다. 홍 시장은 총리 후보로 김한길 대통합위원장, 비서실장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추천했다고 한다. 비서실장 임명이 완료되면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준비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선 실세, 문고리 삼인방, 십상시, 대통령이 권력 3위... 옛 기억이 새록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