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알 만도 하지 않나. 대통령이 어떤 자리인지.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영 어려운 모양이다.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을 2024년 연초부터 연타로 해버렸다. “72억 벤틀리” 발언으로 국민을 세금 뜯기는 자와 뜯어내는 자로 갈랐다.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도 모자라 법무부를 대통령 부부의 대변인처럼 아내 방탄에 사실상 동원했다.
그는 1월10일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에서 다주택자나 고가 차량에 대한 세금 중과를 “중산층과 서민을 죽이는 것”이라며, 집을 많이 짓고 비싼 차를 만들면 일자리가 생기는데다 징벌적 과세는 임차인에게 전가되므로 약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세금을 덜 거둬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아무도 다주택자가 부도덕하기 때문에 세금을 걷는다 생각하지 않는다. 다주택자 중과세는 투기를 막고 집값을 안정시키려 우리 사회가 큰 비용을 치르며 합의해온 정책이다. 그런데 “뜯어낸다”는 ‘저렴한’ 표현을 써가며 가진 사람을 괴롭히는 구습인 양 치부했다. 이 자리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고도 호언했다. 경기 부진, 원자재값 상승, 고금리 여파 등으로 그나마 부동산 거품이 걷히는 와중에 ‘가진 자를 미워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갖다붙이며 집값 떠받치기에 애썼다. 역대급 세수 펑크도 아랑곳없어 보인다. 이날 ‘뚱딴지 썰’의 백미는 이 모든 걸 영국 국빈 방문 때 비싼 벤틀리를 타보며 깨달았다는 것이다.
민생토론 형식을 띤 새해 업무보고는 이렇듯 대통령의 ‘아무 말 대잔치’로 점철되고 있다. 1월15일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민간기업의 투자마저 정부 치적인 양 포장해 재탕 짬뽕을 내놓았다. 탈원전 하면 반도체 생산을 못한다고 겁박도 했다. 전세계의 반도체 투자 생산 수출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넘어 의무화 단계인데, 외면한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그 망신을 당하고도 여전히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을 모르는 것 같다.
뭘 조금 알면 다 아는 것처럼 굴고, 아무도 믿지 못하면서 모두가 자기 말을 따르길 바라며,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되지도 않을 일을 맥락 없이 늘어놓고 집착한다. 철저히 자기 욕구 중심이다. 전형적인 ‘혼군’이다. ‘혼군’ 치하에서는 ‘신하들’도 어리석어진다.
30%만 믿고 떠들어대니깐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