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도올 김용옥 선생은 여기에 역주(譯註)를 달았는데 다음과 같다.
“ 여기서 나이다가 말하고 있는 문제는 번역의 문제 혹은 해석의 문제가 신앙의 근본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신학적 문제를 본질적으로 제기한다는 좋은 실례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러한 나이다의 발언의 입장은 현금 우리 나라의 하늘나라에 들어가려고 광분하고 있는 일부 기독교도들에게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 우리 나라의 부흥적 성격을 가지는 대부분의 교회는 묵시사상을 팔아서 장사를 하고 있다. 인류역사상 이러한 묵시운동(apocalyptic movement)은 지속적인 것이며, 그중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로 ‘여호와의 증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최후의 심판의 날에 하늘나라에 들어갈 티켓이 이제 거의 다 팔렸다고 주장한다. 몇 자리 안 남았으니 빨리 사라는 것이다. 만원사례가 육박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하늘나라는 완전히 하늘에 붕 떠 있는 나라이며,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다. 우리 나라의 대부분의 부흥목사가 돈벌어 먹는 것도 이 마지막 티켓을 남발하여 팔아먹기 때문인 것이다. 나는 천국이 그 따위 ‘곳’이라면 람보를 보러 극장에 암표를 사서 들어가듯이 암표라도 사서 들어가겠다. 만원사례 걱정없다! 하늘나라는 대상, 즉 장소가 아니라 행위이며 사건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신화적 은유(mythical metaphor)이다. 이 세계를 버리고 하늘에 붕 떠있는 나라로 도망쳐 들어가려고 하지말고 이 세계에서 나라를 행위하라! 무지한 동포들이여~.”
영어성서(RV) 번역위원인 웨스트 콧(Westcott)도 "천국은 장소(place)가 아니라 상태(state)"라고 말했는데 다음의 『바이블』말씀을 보면 “하나님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어떤 장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을 것이다.
+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누가 17:20~21]
비록 정경(正經)으로 대우를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라즈니쉬가 예수 본래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고 극찬한 『도마(토마스)복음서』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는데 위의 ‘누가’의 말과 한 번 비교해서 보라.
“아버지의 왕국은 너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느 때 오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왕국은 이 세상 도처에 널려 있으나 사람이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뿐이니라.”
▷ 신자(信者)에게는 무덤, 불신자(不信者)에게는 지옥으로 번역?
다음의 내용은 인하대 정동수 교수의 홈페이지에서 인용한 것이다.
“그리스어 '하데스'(Hades)라는 단어를 살펴봅시다. 이 단어는 "죽은 자가 가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죽은 자의 몸이 가는 곳을 의미할 때는 '무덤'(Grave)으로, 믿지 않고 죽은 자의 혼이 가는 곳을 의미할 때는 '지옥'(Hell)으로 번역됩니다. 이 특정한 단어는 [그리스어 신약성경]에서 모두 11번 쓰였으며, [킹제임스 성경]은 그 중 10번을 '지옥'(Hell)으로 그리고 나머지 1번은 '무덤'(Grave)으로 번역했습니다.”
소위 성령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번역은 이렇게 하는 것인가? 기독교인들은 성서 번역도 영감을 받아서 한다고들 운운하는데 참으로 웃기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한글개역판 성서의 엉터리번역을 보면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소리는 얼마나 주관적이고 자의적으로 내뱉는 소리인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출판된 영어성경 번역본의 수는 완역된 것이 135개이고 신약만 번역된 것이 293개에 이른다고 하는데 영감을 받아서 번역을 한 것이 맘에 안 들어 자꾸만 개정을 하거나 새로운 번역판을 내고 있단 말인가?
▷ 영어성서 번역자들이 성서를 바라보는 태도
그러면 과연 영어성서를 번역한 번역위원들은 성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다음은 성서의 영어번역(RV,ASV,NASV,RSV,NRSV,NIV)에 참가했던 번역위원들의 교리적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중요 교리 |
번역 위원 |
성경의 무오성 혹은 영감성을 믿지 않음 |
B. F. Westcott (RV) F. J. A. Hort (RV)
Vance Smith(RV) George A. Buttrick (NCC-RV)
Edgor J. Goodspeed(RSV) Clarence T. Craig (RSV)
Frederick C. Grant (RSV) James Moffatt (RSV)
Julius A. Brewer (RSV) |
예수의 처녀탄생을 믿지 않음 |
Harry Emersion Fosdick (NCC-RSV) |
예수의 대속적 죽음을 믿지 않음 |
F. J. A. Hort (RV) Vance Smith (RV)
Henry Sloane Coflin(NCC-RSV)
Harry Emersion Fosdick(NCC-RSV)
Edgor J. Goodspeed (RSV) |
예수의 육체적 부활을 믿지 않음 |
B. F. Westcott (RV) Edgor J. Goodspeed (RSV)
Clarence T. Craig (RSV) |
예수의 육체적 재림을 믿지 않음 |
B. F. Westcott (RV) Vance Smith (RV)
Clarence T. Craig (RSV) |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믿지 않음 |
B. F. Westcott (RV) Vance Smith (RV)
Edgor J. Goodspeed (RSV) Henry F. Cadbury (RSV) |
성령의 인격성을 부인함 |
Vance Smith (RV) |
성경에 기록된 기적을 믿지 않음 |
B. F. Westcott (RV) Edgor J. Goodspeed (RSV)
Henry F. Cadbury (RSV) Walter Rusell Bowie (RSV)
Fleming James (RSV) |
문자적 의미의 천국을 믿지 않음 |
B. F. Westcott (RV) |
문자적 의미의 지옥을 믿지 않음 |
F. J. A. Hort (RV) |
마귀의 인격성을 부인하거나 존재여부를 의심 |
B. F. Westcott (RV) F. J. A. Hort (RV)
Edgor J. Goodspeed (RSV) |
침례 중생을 믿음 |
F. J. A. Hort (RV) |
오직 믿음이 아닌 다른 방법에 의한 구원 인정 |
James Moffatt (RSV) |
진화론을 인정함 |
B. F. Westcott (RV) F. J. A. Hort (RV) |
이들 번역위원들 중에서 대표적으로 두 사람만 살펴보자.
◉ 웨스트콧 (Brooke Foss Westcott, 1825-1901)
웨스트콧은 창세기 1-3장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것을 믿는 사람들을 비난한다. 그는 말하기를 "나는 오늘날 어느 누구도 창세기의 첫 세 장이 문자 그대로의 역사를 제공한다고 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눈을 뜨고 그것을 읽는 사람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난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그 세 장의 말씀들이 우리에게 복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지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모세나 다윗도 시적 인물들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으며, 성경에 나타나는 기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의 성경 안에 있는 기적들에 대한 입장은 다음의 말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나는 기적 이야기 같은 것은 읽은 적이 없으나 직관적으로 그런 것은 일어날 성싶지 않은 일임을 느낀다. 그리고 그 이야기 안에서 그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발견한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성경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천국을 글자 그대로의 장소가 아니라 단지 어떤 상태로 믿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그의 말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천국은 장소(place)가 아니라 상태(state)이다". "천국은 우리 안에 놓여 있다. 그리고 생각, 회상, 동경을 위하여 조용한 휴식을 취함으로써, 우리는 좀 더 거룩한 상태(즉 천국)를 계속해서 신선하게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습관적으로 그것을 숨쉴 수 있다". "우리는 인내, 확고한 결심, 믿음, 그리고 노력을 통해 우리 주변의 천국 즉 우리의 지상생활의 영광을 희망하는 바이다".
그는 성경이 오류 없는 책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는 호르트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쓴 적이 있다. "나는 성경 전체를 뒤덮고 있는 성경의 무오류라는 단어를 부인하오".
웨스트콧은 예수 그리스도 사역의 속죄의 효능은 그분의 죽음에 기초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의 모든 삶"에 기초해 있다고 믿었을 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선재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의 신성을 부인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관련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자(the Son of man)를 반드시 '그리스도'와 동일시할 필요는 없었다. 성경은 예수가 자기 자신을 영화롭게 한 적이 없으며, 다만 '그리스도'를 영화롭게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예수는 결코 직접적으로 자신을 가리켜 하나님이라고 하지 않는다."
◉ 호르트 (Fenton John Anthony Hort, 1828-1892)
그는 웨스트콧과 마찬가지로 성경이 오류가 없는 책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는 "만일 당신의 협조를 얻기 위해 신약성경의 절대적 무오류성이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유감스럽게도 나는 당신과 함께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난 당신이 성경의 절대 무오류성을 지지하는 한, 당신과 함께 갈 수 없소."라고 말했다. 호르트는 성경 사본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원문들"은 국부본(Local Text)과 일치하며, 이 국부본은 4세기에 안티오크에 있는 시리아교회에 의해 편집된 것으로 바로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적 본문(Universal Text)이라고 했고, 이러한 보편적 본문이 교회의 공회에 의해 사람들에게 강요되었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그는 또한 모든 인류의 죄를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적 죽음을 거부했다. 그는 말하기를 "나는 하나님의 공의가 각 개인의 죄에 의한 고통 없이 어떻게 만족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또한 "널리 알려져 있는 대속의 교리(the doctrine of substitution)는 비도덕적이며 유물론적인 위조품"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호르트는 그리스도의 구속에 대한 가르침들을 이단으로 생각했다. "확실히 그리스도가 우리의 죄를 대신해 죽기까지 고통 당하셨다는 것보다 더 성경적이지 못한 것은 없다. 정말로 그것은 거의 보편적인 이단의 한 측면인 것이다". 그는 또한 죄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지불을 하나님보다는 사탄이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나는 사탄에게 지불된 속죄 값이라는 그 원시적인 교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혐오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속죄 값에 대한 교리가 변호되어질 수 있는 다른 형태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것도 아버지에게 지불된 속죄 값의 개념보다는 낫다".
호르트는 에덴동산의 실재를 부인한다. "나는 '에덴동산' 같은 곳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아담의 타락도 영국의 시인이었던 콜러리지(Coleridge)가 정확히 지적한 것처럼 그의 후손들의 타락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그는 글자 그대로의 영원한 "지옥"에 대해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연옥에 대한 개념을 받아들였다. 다음 글이 그 사실을 설명한다. "나는 모리스가 말로써 연옥을 부인했다는 것을 당신 마찬가지로 유감스럽게 여긴다... 회개의 힘은 현생에만 제한되어 있지 않다". "나는 불에 의해 깨끗하게 되는 연옥에서의 정화라는 개념이 성경이 내게 가르쳐주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벌(Divine chastisements)과 분리해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기독교인들의 성서를 보는 잘못된 태도
왜 영어성서 번역자들은 성경의 무오성 혹은 영감성 등을 믿지 않았을까? 여기서 우리는 기독교인들의 성서를 보는 네 가지 태도를 알아야 문제가 풀리게 된다. (아래의 네 가지 태도에 대한 글은 인하대 정동수 교수의 글을 참조했음)
A) 자유주의에 속하는 사람들은 성경이 하나님에 관해서 사람들이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성경에 기록된 창조와 이적들은 믿을 수 없는 것이며, 동정녀 탄생과 피의 속죄, 부활 등의 근본적인 믿음 자체도 수용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 아닌 인류의 4대 성인 가운데 한 사람정도로 여긴 슈바이처나 도올 김용옥 등이 아마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와 같은 사람들은 성경을 단지 세상의 고대 문서와 같이, 또는 조금은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정도로 판단한다.
B) 신정통주의에 속한 사람들은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또 그 말씀을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성경이 부분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앙의 문제를 제외한 역사적, 과학적 진술은 오류를 지니고 있으며, 각각의 구체적인 사실 진술에 있어서도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성경은 모든 문제에 있어서 판단의 절대기준이 되지 못하며, 권위를 지니지 못한다.
C) 보수주의에 속한 사람들은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역사적, 과학적 사실뿐만 아니라 초자연적인 기록에 있어서도 절대 오류가 없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성경이 축자적으로, 즉 글자 하나하나에 영감을 받아서 기록되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초에 기록된 원본만이 온전한 성경이고 필사본이나 번역본은 온전한 성경일 수 없다는 견해를 갖고 있어서 최초의 원본이 없어진 오늘날에는 처음과 같은 권위를 지닌 성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러 번역본들에는 삭제되고 첨가된 단어들과 구절들이 들어 있음은 물론 오역된 곳이 여러 곳 있다. 현재 사용되는 성경들을 비교해 보면 신구약 전체에서 각 성경들은 약 30,000군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개역 한글판 성경>과 <표준새번역>은 둘 다 대한성서공회에서 출간했지만 교리에 있어서 전혀 다르게 가르치는 차이를 많은 구절에서 드러내고 있으며, 똑같은 <개역 한글판 성경>에도 일반용과 침례교용이 다르게 되어 있다.
D) 극단적 보수주의에 속한 자들로서 현재의 성경 즉, 필사본이나 번역본도 하나님의 영감으로 쓰여진 책으로 일점일획도 틀리지 않는, 온전한 성경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네 가지 태도 중에서 유럽이나 미국에는 A나 B와 같은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위의 영어성서 번역자들도 이러한 부류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는 C나 D와 같은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데 그 원인은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성서비판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