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반성하라' 라는 말은
"잘못했다 인정해라"란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즉 잘못했다 인정하는 것이 반성이라는 의미로
저 역시 연배가 높은 분들께 배워왔고 연배가 낮은 분들께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제 어린시절 어른들께
"제가 잘못했습니다"란 표현을 적지 않게 하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철학에서의 반성은 의미가 좀 다릅니다
"잘못했다 인정해라"란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순수하게 다른 것과 비교해보는 의미만을 갖습니다
그러니 순수하게 "어떻게 하는게 더 좋았을까?"라는
다른 목적으로서 반성의 의미가 사용됩니다
이 두 차이가 언뜻보면 별 거 아닌 듯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반성은 감정상의 거친 면이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애를 가지고 있고,
이를 지키고 충족시키려는 소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스스로에게 쾌의 감정을 기대하게 되는데,
"잘못했다 인정해라"라는 것은 이에 반하는
불쾌의 감정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잘못했다 인정해라"란 타율적 의도가 감지될 경우
순수한 반성보단 이 불쾌의 감정을 감수할지 말지가
표상의 높은 우선순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로인해 자신의 정당화를 위해 거짓전제나 왜곡전제를 이용해서
자신의 논리를 끼워맞춰 상대논리에 저항하는 습성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는 자신이 논쟁에서 승리하기를 기대하여
자신의 유쾌를 기대하는 감정에 시야가 좁아져서
상대의 불쾌는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지요
그래서 현실에서 논쟁하면 안될것 같은 대상
즉, 상대의 불쾌를 신경써야 하는 대상에게는
말로만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처세를 이용할 뿐이고,
논쟁을 해도 될 것 같은 대상
즉, 상대의 불쾌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대상에게는
"억지 논리"를 쓰는 것이겠습니다
이런 모습을 현대에서 유난히 자주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반성의 의미가 오래전에는
"잘못인정"에 비중을 두지 않았던 분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의 사려깊은 선비들은 반성을
철학적 의미로 사용했던 흔적들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와 현대의 사이에 있는 어떤 시대에
반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를 가졌을 가능성을 크게 봐야할 것입니다
그래서 의심하는 시대가 일제시대의 식민사관이며,
"잘못인정"은 주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어떤 일을 지시하는데 유용한 특징이 있습니다
지시이행의 효율성을 위해 반성의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중심의 사고관이 "잘못인정"이라는
과제를 생산시키기에 적합했겠지요
그래야 일 시키기 좋죠
잘못에 대한 반성의 유의미한 내용은
"어떻게 하는게 더 좋았겠는가?"란 의지를 세우고
다른 사례나 방안을 스스로 사색하며 비교하는데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지른 잘못이 결과라면
그 원인을 찾아내서 개선하고 같은 결과를 되풀이하지 않는
스스로의 실천적 자율을 형성하는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없이 말로만 "잘못했습니다"라는 건
그 잘못을 되풀이하겠다는 예언밖에는 되지 않겠죠
ps. 말을 좀 더 쉽게 쓰면 좋겠는데,
저도 슬슬 쉬운 표현이 생각이 잘 안나는 것 같습니다
서서히 꼰대가 되어가는 것이겠지요
이 예견을 술로 음미하러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