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먼저 그 이유를 생각해라.”
이런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서 겨우 6, 7살 무렵부터 사람공부, 세상공부를 시작한 까닭에 나는 지금까지도 이해 안 되는 남의 말을 섣불리 무시하지 못한다.
더구나 내가 이해 못했던 말들 중에는 나중에 저절로 이해가 됐던 말도 엄청나게 많았고, 사람공부, 세상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섣불리 어설픈 내 생각을 말했다가 몇 차례인가 개망신을 당하기도 했으며, 몇 차례인가 죽지 않을 만큼 잔뜩 줘터진 적도 있다 보니 더욱.
‘섣불리 판단하면 내 스스로 내 목에 칼을 꽂을 수도 있다.’
성경에 대해서도 함부로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
그러다 40대 중반 무렵부터 철학, 정치학 등을 배운다는 대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은 나나 내 또래들과는 정말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다.
나나 내 또래들은 때로는 집이나 학교에서 엄청난 폭력에 시달렸으면서도, 최소한 부모님 등 어른들의, 선배들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어서 섣불리 속생각을 말하지 못했건만, 어쩌면 그렇게도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하든지.
특히, 온라인에서는 말도 못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말을 한마디라도 듣게 되면, 그렇게 말한 이유도 묻지 않고, 자기의 부모 뻘이 되는 나에게도 대뜸 ‘쉬벌놈’, ‘씹 새끼’ 등의 쌍욕을 퍼부었으니.
예를 들어서, 신의 존재를 묻는 질문에 “신이 있다는, 신이 없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으니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대답하면 “이 쉬벌놈, 관념론자네” 등으로.
늙는 것도 서러운데, 고작 그 마음에 안 드는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식뻘인 연놈들에게 험악한 욕까지 듣다니.
내 젊은 날의 또래들 중에도 오직 누구인가의 생김새가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만으로 마구 주먹질을 해대던 정신븅신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정신븅신들도 섣불리 어른들의, 선배들의 말을 자기의 마음대로 편집해서 떠들지는 않았는데,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젊은이들에게 조금씩 포기하기 시작한 것이.
그렇다고 아주 가끔씩 운 좋게 만난 몇몇 ‘싸가지 있는’ 젊은이들 때문에 완전히 포기도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