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의 어느 날, 남매인 듯 보이는 두 초등학생이 TV 속 한 여자연예인을 가리키면서 속닥거리는 모습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오빠, 쟤 되게 잘난 척한다.”
‘잉? 이건 무슨 소리야?’
10살도 안 된 듯싶은 여자아이의 입에서는 내가 상상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는데, 그 말을 시작으로 두 아이는 연신 그 여자연예인을 헐뜯어댔다.
“진짜. 쟤 되게 재수 없어.”
‘어떻게 어린애들이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직업상 어린아이들에게 매우 익숙했던 나에게 그 남매의 대화는 몹시 낯설었는데, 잠깐 생각해보니 괴팍한 성질의 어머니에게 왜곡된 교육을 받았거나, 성질 더러운 어머니에게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면서 왜곡된 생각을 하게 된 사람들 중에는 그 둘처럼 무엇이나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주 흔했다.
누구인가 기부를 했다는 말을 들으면 밑도 끝도 없이 ‘잘난 척하려 그런 것이다’, ‘따로 속셈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말하는 등.
‘그렇다면 혹시 쟤네도 엄마 때문에 저렇게 됐나?’
어떤 노래의 가사처럼, 슬픈 예감은 왜 틀리지를 않는지.
얼마 뒤 나타난 두 아이의 엄마는 눈매가 사나운 것이 꽤 성깔 있게 생겼었는데, 그 주변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녀는 남편을 잘 만나 꽤 잘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피해의식에 찌들어 이 사람, 저 사람에 대한 불평과 원망을 마구 늘어놓는 등 주변사람들을 몹시 피곤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마치, 혼자만 잔뜩 상처와 푸대접을 받았다는 듯이.
‘엄마를 잘못 만나 애들이 벌써부터 잔뜩 일그러졌군.’
그로부터 한참 뒤, 두 명의 남자로 구성된 한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 한명의 TV 속 모습이 몹시 건방지다는 이유로 그에게 접착제가 들어있는 음료수를 건넸다가 결국 구속됐다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보도됐을 때, 오랫동안 잊고 있던 어린 그 남매가 기억났다.
‘어째 말이 거의 똑같네. 혹시, 저 여자도 잔뜩 피해의식에 찌든 자기 엄마 때문에 덩달아 피해의식에 잔뜩 찌들어 그 가수의 아주 흔한 TV 속 모습을 보고 저렇게 왜곡된 생각을 하게 된 것 아냐?’